병원 옮기면 CT·MRI 다시 찍는다?… 내달부터 이력 조회 [정명진의 메디컬 프리즘]
작년 재촬영률 CT 26.8%·MRI 13.8%
‘30일 이내 재촬영’ 급여비용 650억 넘어
일부 병원은 환자 절반 고가검사 재시행
11월부터 촬영 전 1년간 이력 확인해야
12월 24일부터 CT·MRI 정보 제출 의무
장비 노후도 평가 도입… 수가 차등 적용
불필요한 중복 촬영·과잉 검사 줄어들며
환자 방사선 노출·의료비 부담 감소 전망
동네 병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을 찍은 환자가 대학병원으로 옮기면 같은 검사를 다시 받는 경우가 있다. 환자가 CT 기록을 가져가지 않았거나 영상기록의 화질 문제가 있으면 병원이 재촬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1월부터는 달라진다.
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11월부터 CT·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이력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을 시범운영한다. 이에 따라 의료진은 촬영 전 환자의 최근 1년간 검사이력을 확인해야 한다.
정부가 이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고가 영상장비가 빠르게 늘면서 중복 촬영과 과잉 검사가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불필요한 재촬영은 환자의 방사선 노출과 의료비 부담을 키우고 건강보험 재정에도 부담이 된다.
실제로 국내 CT와 MRI 보유 대수는 3년 연속 늘었다. CT는 2022년 2295대, 2023년 2344대, 2024년 2415대에 이어 2025년 2487대를 기록했다. MRI도 같은 기간 1934대에서 1999대, 2035대를 거쳐 2094대로 늘었다. 두 장비를 합하면 3년 새 352대가 증가했다.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2024년 인구 100만 명당 MRI는 39.3대, CT는 46.7대로 OECD 평균(MRI 21.5대, CT 31.5대)을 크게 상회했다.
장비가 늘면서 이용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 CT 이용량은 인구 1000명당 338.7건으로 OECD 최고 수준이고, MRI는 83.2건으로 OECD 평균보다 적었다. 최근 10년간 CT와 MRI 이용량은 각각 연평균 7.5%, 10.8% 늘었다.
■전원 환자 4명 중 1명 '재촬영
특히 병원을 옮긴 환자 4명 중 1명 이상이 한 달 안에 CT를 다시 찍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의원실이 심평원에서 제출받은 '고가의료장비 재촬영 현황'에 따르면 2025년 CT를 찍은 뒤 같은 질병으로 30일 이내 다른 병원을 찾은 환자 94만4172명 가운데 26.8%인 25만3438명이 CT를 다시 촬영했다. CT 재촬영률은 2022년 25.8%, 2023년 26.2%, 2024년 26.5%로 매년 올랐다.
MRI는 같은 해 전원 환자 22만4894명 중 13.8%인 3만944명이 30일 이내 재촬영했다. 지난해 재촬영 급여비용은 CT 491억5200만원, MRI 159억원 등 총 650억5200만원이다. 의료기관별로는 전원 환자 재촬영률이 40~50%를 넘는 곳도 적지 않았고, 일부 의원급과 종합병원은 전원 환자 절반 이상에게 고가 검사를 다시 시행했다.
심평원은 시범사업을 토대로 오는 12월 24일 시행 예정인 실시간 의료이용 관리제도에 CT와 MRI를 포함하기로 했다. 의료기관은 요양급여내역 확인시스템으로 이력을 확인한 뒤 촬영 직후 관련 정보를 심평원에 제출해야 한다. 제출 없이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면 심사 과정에서 진료비가 조정될 수 있다.
심평원 적정의료이용총괄단 관계자는 "CT는 방사선 노출이 수반되는 만큼 불필요한 촬영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재는 진료 단계에서 다른 의료기관의 촬영이력을 확인할 수 없어 중복·과다 촬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는 여러 의료기관을 이용하더라도 보다 종합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고, '건강e음' 앱으로 자신의 진료정보를 확인해 불필요한 의료이용에 따른 위험과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CT·MRI 노후도 따라 수가 차등
장비 관리도 강화된다. 보건복지부는 MRI·CT·유방촬영장치 등 특수의료장비 품질관리평가에 '장비 노후도' 지표를 도입하는 '특수의료장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장비연령은 검사연도에서 제조연도를 뺀 값으로 산정해 5년 미만은 10점, 15년 이상은 0점을 준다. 제조연도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도 0점이다. 검사주기 안에 제조사 유지보수 계약을 맺었거나 업그레이드를 한 경우 2점을 가산하되, 제조사 교육을 받은 엔지니어가 수행한 경우만 인정한다. 복지부는 향후 노후도에 따라 건강보험수가를 차등 적용할 계획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분석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내 CT 2415대 가운데 제조 후 10년 이상 된 노후 장비는 34.5%로, 2020년보다 1.9%p 늘었다. 지역별로는 울산이 52.1%로 가장 높았고, 의료기관 종별로는 의원이 39.8%로 가장 높았다. 16채널 미만 저성능 CT는 10대 중 9대 이상이 노후 장비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