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視角] 가맹점과 본사 윈윈 구조 만들어야
한국 프랜차이즈의 역사는 19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에 문을 연 'L치킨'이 국내 프랜차이즈의 효시로 꼽힌다. 통째로 굽는 전기구이 통닭이 대세였던 시절, 조각낸 닭에 파우더를 입혀 튀긴 프라이드 치킨을 국내 처음으로 선보였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수시간씩 줄을 서야 했고, 그 당시에 번호표까지 나눠줄 정도였다. 사업성을 알아본 단골들의 가맹 문의가 이어지면서 서울 반포점을 시작으로 점포는 한때 400개를 넘어섰다.
그로부터 반세기. 한국 프랜차이즈는 외식업을 넘어 유통·서비스 등 전 산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1만3725개에 이른다. 연평균 300개에 가까운 새 브랜드가 생겨난 셈이다. 가맹점만 38만여개다. 프랜차이즈가 자영업 생태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는 한국만의 독특한 구조가 한몫했다. 가맹본부는 가맹점이 늘어날수록 수익이 증가하기 때문에 대다수가 초도가맹금, 로열티를 받지 않거나 최소화해 진입 문턱을 낮추는 대신 공급물품 등에 마진을 붙여 회수하는 방식을 택했다. 예비창업자들은 특별한 기술 없이 낮은 비용으로 손쉽게 개업할 수 있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현재 프랜차이즈 브랜드 10곳 중 약 7곳이 이 같은 구조다.
하지만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균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중심에는 '차액가맹금'이 있다.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원부자재 등 필수품목에서 차액을 남기는 유통마진으로 중요한 수익원이다. 그러나 점주 입장에서는 자신이 얼마의 마진을 부담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품목별로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거나 계약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본사와 점주 사이의 신뢰는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올해 1월 대법원 판결을 받은 한국피자헛 사례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단순히 본사가 과도한 폭리를 취했느냐가 아니라 차액가맹금을 받을 계약상 근거가 충분했느냐가 핵심이었다. 결국 정보의 비대칭과 불명확한 계약이 본사의 발목을 잡았다. 이 판결이 프랜차이즈 업계에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지금까지의 관행은 더 이상 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미 관련 소송에 휘말린 브랜드가 20여곳에 달해 업계 전반의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
특히 오는 12월 31일 이후 개정된 가맹사업법이 시행되면 브랜드별로 노조나 다름없는 점주 단체가 최대 10개까지 늘어나 차액가맹금이 협상의 핵심 의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가맹점이 늘어날수록 분쟁의 접점도 함께 늘어나면 성장의 의미는 달라진다. 가맹점 확대가 어느 순간 소송대란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프랜차이즈 기업가치에도 영향을 준다. 한국피자헛이 패소 이후 직영점과 브랜드를 분리해 110억원에 매각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차액가맹금의 산정 근거와 품목별 마진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점주와 협의를 강화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해외처럼 매출의 일정비율을 받는 로열티 구조로 일원화하는 것이다. 전자는 수십에서 수백 가지에 이르는 품목별 마진을 놓고 본사와 점주단체가 일일이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갈등과 비용이 되레 커질 수 있다. 반면 매출 연동형 로열티는 본사가 점포의 매출을 키울 유인이 커지고, 가맹점 역시 본사의 성장을 자신의 성장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적어도 본사와 점주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지금보다는 이해관계가 훨씬 선명하다. 그동안 프랜차이즈는 수많은 자영업자들에게 창업의 기회를 제공했고, 누군가에게는 인생 2막을 여는 든든한 동반자가 됐다. 다만 지난 50년이 '가맹점 확대의 시대'였다면 앞으로는 달라야 한다. 가맹점 성공이 곧 본사 성장으로 이어지는 구조, K프랜차이즈가 다음 50년을 위해 다시 세워야 할 가장 기본적인 공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