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업무 메우기 급급해요"…수사관 빈자리에 공소청 검사들 한숨
(서울=뉴스1) 윤주영 소봄이 신은빈 권준언 기자
검찰 사무국에 있던 젊은 수사관들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대거 이탈했어요. 남은 수사관들로 우선 행정 업무를 메꿔야 하니 검사실엔 인력이 없습니다.
인원이 빠진 뒤 업무상 사고가 나지 않도록 인수인계하느라 여념이 없어요. 솔직히 다 무너져 가는 집에 사는 것 같은 느낌도 들죠.
5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일 공소청이 출범한 가운데 지방공소청들은 줄어든 인력으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다. 같은 날 출범한 중수청으로 검찰 수사관 상당수가 넘어갔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중수청 개청준비단에 따르면 지난 8~9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중수청 특례 임용에 1962명의 검사 및 검찰 수사관이 지원했다. 기존 검찰청 전체 정원 1만700여 명(검사 2292명, 검사 외 일반직 8415명)의 18% 수준이다.
직군별 이동 규모가 공개되진 않았으나, 기존 검찰청 직군 비율과 재경지검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해 볼 때 검사 대비 수사관의 이동 규모가 훨씬 컸을 것으로 보인다.
한 재경지검의 경우 젊은 수사관 상당수가 새로운 기회를 찾아 중수청으로 이동하면서 행정·사무국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재경지검 부장급 검사는 "8~9급에 해당하는 초임 수사관들은 우선 법무 행정과 관련된 일을 배우고 그 뒤 7급이 되면 검찰 수사부로 배치되는 시스템"이라며 "그런데 사무국에서 젊은 사람들이 많이 나가면서 당장 시설 관리·민원 처리·통지 등 서비스에 문제가 생겼다. 검사실에 있던 사람들이라도 그런 데 재배치하면서 틀어막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재경지검 관계자도 "빠져나가는 인원이 검사도 있지만 수사관 쪽은 공백이 더 크다"며 "사무 기능은 물론 집행·공판 관련 부서 등에 인력이 많이 필요한데 인원이 빠진 뒤로 업무상 사고가 나지 않도록 인수인계를 하고 있고, 지금 굉장히 바쁘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소청 출범 후 일선 검사들이 겪을 사건 처리 부담은 더 커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기존에 검사들은 수사관 등 형사 법무직 공무원의 보조를 받아 증거 분석과 증인 면담 등 기소에 필요한 검토를 했는데, 이전과 같은 수준의 보조를 받을 수 없게 될 거란 우려다.
이 부장급 검사는 "사건 데이터가 디지털화되다 보니 어려운 사건이면 기록이 방대하다. 그런 사건을 송치받으면 검증하는 데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며 "변호인들도 찾아와 피의자가 무고하다는 취지의 각종 반박 자료를 제출할 거다. 당장 검토할 여력이 안 되는 검사실로선 최대한 수사기관에 보완 수사를 요구할 거고, 영장 청구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어진다"고 했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등 업무 시스템도 대대적으로 개편한 탓에 공소청은 2일 업무 개시 첫날부터 혼란을 겪었다. 민원 접수를 위해 필요한 직원 인증서 발급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민원실을 찾은 시민들은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또한 시스템상 부서 변경이 반영되지 않은 일부 직원은 수기로 업무를 봐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공소청은 유예기간 90일 동안 남은 사건들도 정리해야 한다.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렀거나 공소시효가 6개월로 짧은 선거 사건 등을 중심으로 처리될 전망이다. 어떤 사건을 어느 수사기관으로 이송할지 정리하는 작업과 이송 절차도 "한참 걸릴 것"이라고 검사들은 입을 모은다.
한편 각 지검이 관리하던 △보이스피싱범죄 △금융·증권범죄 및 가상자산범죄 △국가재정범죄 등 합동수사부서도 활동이 종료됐다. 합수부는 검·경이 각자의 강점을 살려 중대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꾸렸던 기구다. 법조계에선 수년간 축적돼온 범죄 대응 노하우가 사장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