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겨울 '라보엠'을 한다면 그건 축복"…책 속 청춘, 더 깊어진다
2024년 흥행작 2년 만에 재연, 황수미 귀환·박혜상 첫 '미미' 도전 "엄숙정 연출 "인물 관계 더 섬세하게"
[파이낸셜뉴스]서울시오페라단의 흥행작 '라보엠'이 2년 만에 돌아온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지난 2024년 제작해 선보인 '라보엠'은 공연예술통합전산망 클래식 부문에서 국내 자체 제작 공연 중 유일하게 상위 10개 공연에 이름을 올리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입증했다.
5일 서울시오페라단에 따르면 파이낸셜뉴스와 서울시오페라단이 공동 주최하는 이번 공연에는 2024년 초연 당시 '미미' 역을 맡았던 소프라노 황수미가 귀환하고, 세계 주요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해온 소프라노 박혜상이 새로운 미미로 합류한다. 초연에 이어 다시 한번 연출을 맡은 엄숙정은 라보엠이 주목받는 이유로 작품 자체의 매력과 제작 완성도를 꼽았다. 그는 "무대와 의상, 조명, 영상, 분장까지 모든 요소를 처음부터 새롭게 만드는 기회가 국내에선 흔치 않다"고 말했다.
■'거대한 책' 펼치자 살아난 청춘
푸치니의 '라보엠'은 앙리 뮈르제의 소설 '보헤미안 삶의 정경'을 바탕으로 만든 4막 오페라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은 19세기 파리 라탱지구를 배경으로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렌트'도 이 작품에서 출발했다.
이번 재연은 2024년 공연의 상징이었던 '거대한 책' 형태의 무대를 유지한다. 엄 연출은 당시 '라보엠'을 푸치니가 관객에게 자신의 청춘 한 페이지를 꺼내 읽어주는 이야기로 해석했다. 원작자가 자신의 젊은 시절을 시인 로돌포에게 투영했듯, 푸치니 역시 젊은 날의 경험과 선율을 작품에 담았다는 데 착안했다. 무대 전면의 막까지 거대한 책으로 제작해 책장이 열릴 때마다 19세기 파리 청춘들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한 이미지를 구현했다.
그는 "이번에는 단순히 책을 여는 데 그치지 않고 배우들 사이의 관계와 인물·공간의 관계를 더 발전시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원작을 지나치게 비트는 대신 음악과 대본의 힘을 존중하는 것은 그가 세운 원칙이다. 엄 연출은 "오페라는 음악이 8할이라고 생각한다"며 "연출의 콘셉트가 음악의 호흡과 방향을 뒷받침하는지를 가장 많이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황수미를 제외한 주요 배역이 모두 바뀌었다. 특히 두 미미의 대비가 눈길을 끈다. 황수미는 2024년 흥행을 이끈 데 이어 한층 성숙한 미미로 돌아온다. 엄 연출은 "황수미는 어떤 역할이든 배우처럼 자연스럽게 소화한다"며 "목소리가 따뜻하고 우아하다.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전달력이 뛰어난,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운 미미"라고 말했다.
박혜상은 이번 공연을 통해 미미 역에 처음 도전한다. 그는 "박혜상은 끼가 많고 관객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성악가"라며 "자신만의 리듬과 악센트가 분명해 에너지의 파동이 큰 미미를 보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100년 전 청춘이 오늘에도 통하는 이유
작품은 크리스마스 이브의 설렘으로 시작한다. 난로에 땔 장작조차 없어 자신이 쓴 원고를 태우던 로돌포는 꺼진 촛불에 불을 붙이러 온 이웃 미미와 사랑에 빠진다. 엄 연출은 "100년 전이든, 100년 뒤든 통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한 편의 수필처럼 담아낸 것이 작품의 힘"이라고 말했다.
비극적인 이야기임에도 작품이 마냥 어둡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푸치니 음악의 힘이다. 그는 "아픈 현실을 낭만적인 음악이 따뜻하게 감싸준다"며 "관객은 그 음악 속에서 자연스럽게 인물의 감정에 다가간다"고 말했다.
3막부터는 현실의 무게가 짙어진다. 엄 연출은 "예전에는 미미가 죽고 로돌포가 절규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가장 슬펐는데 이제는 3막 초반부터 마음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푸치니 역시 미미의 죽음 장면을 완성한 뒤 "혼자 작업실에서 울음을 터뜨렸다"고 회상한 것으로 전해진다.
관전 포인트로는 서로 다른 두 연인의 관계를 꼽았다. 그는 "미미와 로돌포의 사랑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그리고 마르첼로와 무제타가 어려움을 얼마나 다른 방식으로 풀어가는지를 비교해 보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 연출이 이번 공연에서 특히 공을 들이는 대목은 크리스마스 이브의 파리 거리를 펼쳐 보이는 2막이다. 합창단과 주요 배역, 군중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작품 속 가장 화려하고 역동적인 장면이다. 2024년 호평받았던 대형 퍼펫도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다.
엄 연출은 "백스테이지에 수많은 사람이 오가고 소품과 장면 전환도 많아 손이 많이 가지만 이제는 매년 하고 싶은 작품이 됐다"고 말하며 재공연에 대한 애정과 기대를 드러냈다.
공연은 오는 11월 5~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로돌포 역은 테너 김건우와 이원종이 맡는다. 무제타 역에는 소프라노 김효영·한예원, 마르첼로 역에는 바리톤 유영광·김한결이 출연한다. 김광현이 지휘봉을 잡고 코리아쿱오케스트라, 위너오페라합창단, 늘해랑리틀싱어즈합창단이 함께한다.
[email protected] 신진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