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AI가 바꾼 전쟁' 세계 방산 스타트업 투자 56% 급증
상반기 글로벌 VC 투자 408억달러
안두릴 기업가치 9조6000억엔
日도 금융 문턱 낮추고 투자 확대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드론과 인공지능(AI)이 전장의 핵심 기술로 떠오르면서 방산 스타트업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5일 보도했다. 무기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기존 대기업을 보완할 주역으로 신생 기업들이 부상한 것이다. 방위산업 투자에 신중했던 일본도 정부와 금융권이 자금 공급을 확대하며 스타트업 육성에 나섰다.
닛케이에 따르면 미국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이 집계한 올해 상반기 글로벌 방위 분야 벤처캐피털(VC) 투자액은 408억달러(약 54조86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했다. 최근 10년간 반기 기준 최대 규모다.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 연간 투자액의 74%에 도달해 올해 연간 기준으로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대표 주자는 미국 안두릴 인더스트리스다. 드론과 무기 제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안두릴은 지난 5월 7800억엔(약 6조63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발표했다. 기업가치는 9조6000억엔(약 81조6400억원)에 달했다.
안두릴에 출자한 미 대형 VC 앤드리슨 호로위츠는 미 고위 간부 출신을 특별고문으로 영입하는 등 안보 분야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신형 순항미사일을 개발하는 미 카버넌트에도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다. 독일 드론 개발업체 스타크는 지난 6월 생산 확대를 위해 5억유로(약 750억8800만원)를 조달했다.
투자 확대를 이끄는 것은 달라진 전쟁 양상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드론이 존재감을 드러냈고 미군의 이란 공격 작전에는 미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의 AI 기반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가 사용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와 미·중 대립, 중동의 군사 충돌로 각국의 신기술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그동안 방위산업은 미 록히드마틴과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등 대기업이 주도했다. 하지만 대기업은 개발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아 급변하는 전장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국 정부가 빠른 개발 역량을 갖춘 스타트업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딜로이트 도마쓰그룹의 도코시마 료 시니어 매니저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방위 관련 공급망이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체제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도 지난 7월 방산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는 기금 설립 방침을 발표했다.
일본에서도 관련 투자가 활기를 띠고 있다. AI 개발 기업 사카나AI는 올해 상반기 310억엔(약 2636억원)을 조달하고 방위 분야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방위성과 정보 분석에 AI를 활용하기 위한 실증 계약을 맺었다. 해양 감시 등에 활용할 수 있는 해양 무인기를 개발하는 오셔닉 컨스텔레이션스도 지난 1월 20억엔(약 170억원)의 자금 조달을 발표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지난 9월 AI 개발기업 프리퍼드 네트웍스에 총 100억엔(약 850억3800만원)을 투자하고 방위 장비 등에 탑재할 일본산 AI 기술을 공동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도 방위산업에 대한 문턱을 낮추고 있다. 지난 5월 일본정책투자은행(DBJ)이 무기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융자를 사실상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쓰비시UFJ은행도 방위 관련 기업 대출에 대한 신중한 태도를 전환하고 있다. VC인 크로스테크벤처스는 지난 3월 발표한 3호 펀드를 통해 방위 분야 투자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이르면 2027회계연도에 VC를 통해 방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새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도 올해 방위백서에서 스타트업과의 협력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부 조달이 뒷받침된다는 점은 민간 투자금을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일본 대형 VC 글로비스 캐피털 파트너스의 곤노 조 대표 파트너는 "정부 조달이 뒷받침되는 환경이기 때문에 가능한 투자가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