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기고] 한국 통상전략의 새로운 선택지 CPTPP

파이낸셜뉴스
강문성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강문성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세계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공통 규칙을 만들고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시장을 넓히던 통상정책은 이제 공급망, 첨단기술, 투자와 경제안보까지 아우르고 있다. 미·중 경쟁이 기술과 공급망으로 확산될수록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부담도 커지는 상황에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뉴질랜드·싱가포르·칠레·브루나이가 추진한 P4에 미국 등이 참여하면서 2016년 12개국이 참여하는 TPP로 확대됐지만 이듬해 미국이 탈퇴했다. 일본 등 나머지 11개국은 기존 협정의 상당 부분을 유지해 2018년 CPTPP를 출범시켰다. 이후 영국의 가입으로 아시아·태평양을 넘어 외연을 넓혔다.

CPTPP의 의미는 관세 인하에만 있지 않다. 상품·서비스·투자는 물론 전자상거래, 지식재산권, 국영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공통 규범을 추구한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라는 G2가 모두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은 한계이자 특징이다. 일본, 캐나다, 호주, 영국, 멕시코, 베트남 등 이해관계가 다른 국가들이 공통 규칙을 기반으로 협력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를 미·중 대립에 대응하는 배타적 경제블록으로 볼 필요는 없다. 다만 G2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다른 국가들이 규칙을 만들고 협력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은 이미 회원국 상당수와 FTA를 체결하고 있어 추가 관세 인하만으로 가입의 의미를 설명하기 어렵다. 디지털 무역과 공급망, 핵심광물, 환경 등 중요성이 커지는 통상규범의 형성과 발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CPTPP는 시장 확대의 편익만으로 가입을 추진해선 안 된다. 농업 등 경쟁력이 취약한 분야에는 수입 확대와 가격 하락에 따른 조정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가입 논의와 함께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의 보완대책을 패키지로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일회성 보상을 넘어 피해보전과 소득안정, 경쟁력 제고, 구조전환을 결합해야 한다.

농업·수산업에는 소득·가격안정 장치와 직불제·보험 확대, 생산성 향상과 품목 전환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 중소기업에는 정책금융과 설비·기술 투자, 인력 재교육과 사업전환 지원을 연계하고, 피해가 집중되는 지역에는 산업 전환과 고용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지원은 개방의 충격을 생산적인 구조전환으로 연결하는 정책이어야 한다. 농가의 경영위험을 줄이는 가격안정제와 수입안정보험 등 기존 안전망도 CPTPP 논의에 체계적으로 연계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CPTPP 하나에 한국의 통상전략을 걸어서는 안 된다. 어느 하나의 협정이나 특정 국가와의 관계만으로 모든 위험을 관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WTO라는 보편적 다자체제를 기반으로 CPTPP, 양자 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디지털·공급망·핵심광물 분야별 협력체를 함께 활용하는 다층적 통상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미·중 경쟁이 심화될수록 한국은 가능한 한 많은 협력의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CPTPP는 그 중요한 축이 될 수 있다. 핵심은 가입 자체가 아니라 시장과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새로운 통상규범 형성에 참여하면서 국내 피해 분야의 구조전환을 지원하는 것이다.

강문성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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