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서학개미 '속도조절'… 반도체 팔고 초단기 국채 샀다

서민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공격투자 대신 방어 움직임
한달간 SOXL 11억달러 순매도
3개월이하 국채 ETF는 돈 몰려
안전성 큰 이자·배당에 눈돌린듯

서학개미 '속도조절'… 반도체 팔고 초단기 국채 샀다

서학개미가 공격적인 베팅을 줄이고 이자·배당을 챙기는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섰다. 반도체 개별종목과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팔아치우는 반면, 초단기 국채와 배당주 ETF를 적극 담으며 방어적인 투자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5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한 달간 서학개미들의 순매도가 가장 많았던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로, 10억8270만달러(약 1조4700억원) 규모의 순매도가 이뤄졌다.

'SOXL'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수익률의 3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로 서학개미들의 '최애'(가장 좋아하는) 종목으로 꼽힌다. 국내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미국의 대체거래소 블루오션은 지난달 국내 증권사에 SOXL 등에 대한 주간 시세 제공을 중단하기도 했다.

서학개미들은 지난 7월만 해도 'SOXL'을 37억8586만달러 대거 순매수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8월 12억3367만달러 순매도에 이어 2개월 연속 매도 우위를 보이며 반도체 상승 베팅을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반도체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에는 매수세가 집중됐다. 반도체 수익률을 역방향으로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배 ETF'(SOXS)는 1억3883만달러 순매수로, 미국 종목 순매수 5위에 올랐다.

반도체 개별주에서도 매도 우위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를 1억8849만달러 순매도한 것을 비롯해, 마이크론(1억1895만달러), 샌디스크(1억839만달러), 엔비디아(9837만달러) 등 반도체 주요 종목들이 순매도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지난달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초단기 국채 ETF인 '아이셰어즈 0~3개월 미국채 ETF'(SGOV)로, 한 달간 2억9046만달러를 순매수했다. 이 상품은 만기가 3개월 이하인 미국 국채에 투자하기 때문에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다. 이자 수익은 물론, 월 분배금을 받을 수 있어 대기자금을 묻어두는 용도로 활용된다.

미국 우량 배당주에 투자해 분기마다 배당금을 지급하는 '슈왑 미국 배당주 ETF'(SCHD)가 2억3097만달러 순매수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나스닥 대형주 투자와 커버드콜 전략을 결합해 월 분배금을 지급하는 'JP모건 나스닥 주식 프리미엄 인컴 ETF'(JEPQ)도 1억571만달러 순매수로 10위에 올랐다.

증권가에선 금리인상과 인공지능(AI) 투자 속도 조절 우려 등이 겹치면서 반도체주에 대한 경계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한다.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성이 낮고, 이자·배당 등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상품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AI 속도조절론 등 반도체를 둘러싼 부정 이슈가 지속해서 나오자, 반도체주에 대한 공격적인 베팅이 잦아든 상황"이라며 "보통 시장 불확실성이 클 때 단기채나 이자·배당 관련 상품에 자금이 쏠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반도체 업종에 대한 관심은 남아 있는 상태로, 기존 보유 주식의 손실 축소나 차익실현 목적이 크다고 봤다. 이 관계자는 "그간 부진한 흐름을 보이던 반도체 업종이 반등했던 만큼, 차익실현 욕구가 상당했을 것"이라며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반도체 레버리지와 관련주에 다시금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email protected]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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