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빛으로 뇌세포 활동 켜고 끈다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광유전학’ 3人 노벨 생리의학상

왼쪽부터 칼 다이서로스, 페터 헤게만, 게오르크 나겔
왼쪽부터 칼 다이서로스, 페터 헤게만, 게오르크 나겔

빛으로 뇌세포를 켜고 끄는 '광유전학'을 연 과학자 3명이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칼 다이서로스, 페터 헤게만, 게오르크 나겔 교수를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광개폐성 이온 채널(light-gated ion channels)과 광유전학(optogenetics)에 관한 발견'을 선정 이유로 밝혔다. 세 연구자는 빛으로 특정 신경세포의 활동을 선택적으로 조절하는 광유전학의 토대를 마련하고, 이를 신경과학의 핵심 연구 기술로 발전시켰다.

광유전학은 유전공학과 광학 기술을 결합해 살아 있는 동물의 특정 뇌세포나 뇌 회로를 빛으로 제어하는 기술이다. 빛에 반응하는 이온 채널 같은 미생물 유래 광감응성 단백질을 유전공학적 방법으로 특정 신경세포에 발현시킨 뒤, 특정 파장의 빛을 쪼여 해당 세포의 활동을 실시간으로 활성화하거나 억제한다. 미생물이 빛에 반응하는 원리를 밝힌 기초연구가 출발점이었고, 연구진은 이를 신경세포에 적용해 살아 있는 동물의 회로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도구로 발전시켰다.

이 기술은 기존 전기 자극과 달리 특정 종류의 신경세포만 골라 조절할 수 있고, 시간적으로도 매우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덕분에 신경 활동과 행동의 상관관계를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특정 회로의 기능을 직접 시험하는 연구가 가능해졌다. 어떤 신경세포를 작동시켰을 때 특정 행동이 나타나는지, 그 활동을 억제하면 행동이 달라지는지를 확인해 신경회로와 기능 사이의 인과관계를 검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기억과 감정, 보상, 운동 등 복잡한 뇌 기능을 연구하는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연구자들은 이 기술로 특정 뇌 회로의 기능을 세포·분자 수준에서 이해하는 것은 물론, 개발 중인 신약이 뇌에 미치는 효과도 시험할 수 있게 됐다.

김준기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광유전학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며 신경과학 분야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며 "특히 파킨슨병, 간질, 수면장애 등 다양한 신경계 질환의 발생 기전을 연구하고 새로운 치료 표적과 신약 후보를 검증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특정 뇌세포와 신경 회로가 뇌 기능과 뇌 질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밝히는 연구에 더욱 활발하게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치료 분야로의 확장도 시도되고 있다. 김기현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망막색소변성 환자의 남아 있는 망막 신경세포에 빛 감지 능력을 부여하는 치료 연구가 진행돼 일부 시각 기능의 회복이 보고된 바 있다"며 "앞으로는 질환과 관련된 신경회로를 더 정밀하게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치료법을 개발하는 연구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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