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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아파 갔는데 혈액암이라고?"...뼈가 보내는 SOS [헬스톡]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고려대 안산병원 제공
고려대 안산병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원인 모를 뼈 통증과 빈혈, 신장 이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노인성 혈액암인 다발골수종을 의심해봐야 한다. 다발골수종은 허리 통증이나 이유 없는 골절로 병원을 찾았다가 진단받는 경우가 적지 않은 뼈 통증을 동반하는 혈액암이다. 백혈병, 악성림프종과 함께 3대 혈액암으로 꼽히지만 증상이 다양해 단순 노화로 여기고 넘기다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다발골수종은 골수 안에 있는 백혈구의 일종인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분화·증식하면서 생기는 혈액암이다. 형질세포는 원래 항체를 만들어 면역 기능을 담당한다. 하지만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면 정상 혈액세포 생산을 방해하고 뼈와 신장 등 여러 장기를 손상시킨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국내 다발골수종 신규 발생 건수는 2010건이었다. 연령대별로는 60대가 32.2%로 가장 많았고 70대 31.8%, 80대 이상 18.1% 순이었다. 60대 이상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대표적인 노인성 혈액암으로, 평균 진단 나이는 70세 전후다. 다만 나이를 이유로 치료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존율도 크게 개선됐다. 같은 통계에서 2019~2023년 다발골수종의 5년 상대생존율은 50.8%였다. 1990년대 초반 23.7%에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성화정 고려대 안산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다발골수종은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 치료제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생존율이 크게 향상됐다"며 "의심 증상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CRAB' 신호, 노화로 넘기지 말아야

다발골수종의 대표 증상은 'CRAB'으로 요약된다. 고칼슘혈증(HyperCalcemia), 신부전(Renal insufficiency), 빈혈(Anemia), 뼈 병변(Bone lesion)의 앞 글자를 땄다.

가장 흔한 증상은 뼈 통증이다. 허리나 갈비뼈 통증으로 시작해 가벼운 충격에도 골절이 생기기도 한다. 빈혈로 인한 극심한 피로감과 숨참이 동반되기도 한다. 신장 기능 이상으로 단백뇨가 나타나거나, 비정상적인 항체 단백질이 과도하게 분비돼 혈액이 끈적해질 수도 있다. 면역 기능이 떨어져 감염에 쉽게 걸리는 것도 특징이다.

문제는 이런 증상이 단순 노화나 다른 질환과 혼동되기 쉽다는 점이다. 빈혈이나 신장 기능, 단백 수치를 검사하다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성 교수는 "다발골수종은 뼈 통증이나 빈혈, 신장 이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단순 노화로 여기고 방치하다가 병이 진행된 뒤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며 "원인 모를 허리 통증이나 피로감, 신장 이상이 계속된다면 혈액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진단에는 혈액검사와 소변검사, 영상검사(X-ray, CT, MRI, PET-CT), 골수조직검사가 활용된다. 이 중 골수조직검사는 진단에 반드시 필요하다. 형질세포의 비율과 유전자 이상 여부를 확인해 치료 방향과 위험도를 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혈액과 소변에서 검출되는 M단백(단클론성 단백질)도 중요한 지표다. M단백 수치는 진단뿐 아니라 치료 반응과 예후를 평가하는 데도 쓰인다. 병기는 국제병기분류체계(ISS)에 따라 1~3기로 나뉘며, 병기와 위험도에 따라 치료 방향이 결정된다.

완치보다 '관리'…재발해도 치료 길 있다

아직 다발골수종을 완치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재발을 반복하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치료법이 다양해지면서 장기 생존이 가능한 질환으로 여겨지고 있다.

치료는 크게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는 M단백 수치를 최대한 낮추는 표적·면역항암화학요법이다. 2단계는 고용량 항암치료 뒤 환자 본인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골수 기능을 회복시키는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으로, 주로 70세 미만의 적합한 환자에게 적용된다. 3단계는 재발을 막기 위한 유지요법으로, 장기간 약물을 복용한다.

자가 이식 외에 타인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동종 이식도 있다. 동종 이식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환자의 위험 부담이 커 더 이상 쓸 치료제가 없을 때 신중하게 고려한다.

성 교수는 "다발골수종은 재발이 잦은 질환이지만 재발할 때마다 새로운 치료법으로 대응할 수 있어, 완치보다는 오랜 기간 관리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치료로 증상을 조절하고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충분히 오래 생존할 수 있는 만큼 진단 후에도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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