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부 지하수위 1년 새 1.6m 하락… 대체수자원 확충
북부 강수 평년 67.3%·서부 76.7%
도 평균 수위 12.9m… 기준수위 웃돌아
외도·대정 지하수 저류댐 상세조사
농업관정 물탱크 200~500t로 확대
하루 1만5000t 정수장 신설 추진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서부지역 지하수위가 1년 전보다 1.6m 낮아졌다. 제주 전역의 평균 지하수위는 아직 기준수위를 웃돌고 있지만 북부와 서부를 중심으로 강수 부족이 두드러지자 제주도가 지하수 저류댐과 빗물이용시설, 농업용수 저장시설 등 대체수자원 확충에 나섰다.
6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올해 1~8월 제주지역 누적 강수량은 최근 30년 평년의 88.3% 수준에 머물렀다.
지역별 편차는 더 컸다. 서부지역 강수량은 평년의 76.7%, 북부지역은 67.3%에 그쳤다.
강수 부족은 지하수위에도 반영됐다. 올해 1~8월 서부지역 지하수위는 7.26m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m 낮아졌다. 다만 제주 전역의 평균 지하수위는 같은 기간 12.9m로 기준수위 10.4m를 웃돌았다. 제주 전체가 당장 물 부족 단계에 들어섰다고 볼 상황은 아니라는 의미다.
핵심은 제주 전체 평균보다 권역별 변화다. 같은 제주 안에서도 강수량과 지하수위가 다르게 움직이고 있어 도 전체 평균만으로 물 상황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도내 151개 지하수위 관측망을 통해 권역별 변화를 상시 확인하고 있다.
제주는 생활과 농업에 필요한 물을 지하수에 크게 의존하는 지역이다. 강수량 감소가 단기간에 곧바로 물 부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비가 적은 시기가 장기화하면 지하수 함양량과 농업용수 공급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제주도가 지하수와 상수도, 농업용수를 각각 관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통합 물관리'를 강화하는 배경이다.
제주도는 지난 9월30일 이창흠 기후경제부지사 주재로 올해 첫 통합 물관리 관계부서 회의를 열었다. 물정책과와 자연재난과, 친환경농업정책과, 상수도부, 하수도부, 양 행정시와 한국농어촌공사 등 8개 부서·기관이 참여해 지하수와 농업용수, 상수도, 대체수자원 대책을 함께 점검했다.
우선 지하수에 집중된 물 공급 구조를 분산하기 위한 대체수자원 확보에 나선다. 제주시 외도와 서귀포시 대정에서는 지하수 저류댐 도입을 위한 상세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하수 저류댐은 땅속으로 흘러가는 지하수를 지하 차수벽 등으로 가둬 저장한 뒤 필요할 때 이용하는 시설이다. 지표에 대형 댐을 세우지 않고 지하 공간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섬 지역의 새로운 수자원 확보 방안 가운데 하나로 검토되고 있다.
빗물 활용도 확대한다. 농가 등에 설치하는 소규모 빗물이용시설 지원을 이어가고 3000~4000t 규모의 중규모 빗물이용시설을 여러 지역에 설치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홍수 때 물을 받아두는 저류지의 활용방식도 다시 들여다본다. 도내 저류지 354곳 가운데 빗물 유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기능을 잃은 곳을 조사하고 복구가 어려운 시설은 심의를 거쳐 농업용 저수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농업용수 저장능력도 키운다. 공공 농업용 관정에 설치된 물탱크 용량을 현재 100t 수준에서 200~500t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성읍저수지 물을 공급받는 지역도 현재 3개 마을에서 7개 마을로 늘린다. 농업용수 통합 광역화사업을 통해 지역별 용수 공급망을 연결하는 작업도 추진한다.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상수도 시설도 확충한다. 제주도는 '2045 수도정비계획'과 물수요관리 종합계획에 따라 어승생1저수지를 개량하고 신규 지하수 개발을 통해 하루 2100t의 공급능력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신규 배수지 5곳을 설치해 1800t의 저장능력도 늘린다. 하루 1만5000t 규모의 정수장 신설과 노후 정수장 현대화도 추진한다.
누수로 사라지는 수돗물을 줄이는 유수율 제고사업과 스마트 상수도 생산·공급체계 구축도 병행한다. 유수율은 정수장에서 생산한 물 가운데 누수되지 않고 실제 수도요금이 부과되는 물의 비율을 뜻한다.
서부지역 지하수위가 낮아졌다는 사실도 곧바로 지하수 고갈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만 북부 강수량이 평년의 67.3%, 서부가 76.7%에 그치고 서부 지하수위가 1년 새 1.6m 낮아진 만큼 지역별 물 수급 변화를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은 커졌다.
물관리 정책의 성패도 시설을 얼마나 많이 짓느냐보다 권역별 강수와 지하수위, 농업·생활용수 수요를 얼마나 정밀하게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창흠 제주도 기후경제부지사는 "기후위기로 제주 물 부족이 우려되는 수준에 이를 수 있는 만큼 지금부터 대체수자원 확보와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통합 물관리 부서회의를 상시 정례화해 물관리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