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수사개혁위, 경찰에 '변호사 연 100명 이상 채용' 권고…수사 문의·청탁 차단

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향후 5년간 매년 변호사 100명 이상 채용 권고
수사 문의·청탁 신고 의무화…KICS 통한 수사지휘 명문화
약자범죄 우수 수사관 우선 배치·특별승진 등 처우 개선

김남준 경찰 수사개혁위원회 위원장. 뉴시스화상
김남준 경찰 수사개혁위원회 위원장. 뉴시스화상

[파이낸셜뉴스] 경찰 수사의 법률 역량을 높이기 위해 향후 5년간 매년 100명 이상의 변호사 자격 소지자를 경찰공무원으로 채용하는 방안이 권고됐다. 경찰관이 자신이 담당하지 않는 사건에 대해 문의하거나 청탁하는 행위는 금지하고, 이를 받은 수사관에게 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경찰 수사개혁위원회(수개위)는 6일 이 같은 내용의 '경찰의 수사 공정성 및 수사역량 강화를 위한 권고'를 심의·의결하고 경찰청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범죄피해자 보호 강화 방안에 이은 두 번째 권고로, 수사 공정성 강화 9개와 수사 역량 강화 3개 등 총 12개 권고사항이 담겼다.

수개위는 우선 경찰 수사의 법률 역량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 5년간 매년 변호사 자격을 가진 경찰공무원을 100명 이상 채용해 수사부서에 배치하도록 권고했다.

현재 경찰 내 변호사 자격 소지자는 311명으로 전체 수사경찰 3만8250명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수개위는 전국 262개 경찰서에 최소 2~4명 이상의 법률전문가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수개위 관계자는 "각 경찰서에 서너 명을 배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최소한 500명 정도는 더 뽑아야 하는데 한꺼번에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100명이라는 하한선을 두고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변호사 자격을 갖춘 '수사심사관'을 일선 경찰서에 배치하는 방안도 권고했다. 수사심사관은 수사 개시와 진행, 종결 과정에서 법리를 검토하고 증거 수집의 적절성이나 수사 절차·내용의 적법성 등을 살피는 역할을 맡는다. 수개위는 각 경찰서가 담당하는 사건 수 등을 고려하되 경찰서마다 최소 1명 이상을 배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

경찰은 2021년부터 수사경력자 등을 중심으로 수사심사관 제도를 운영해 한때 677~710명을 배치했다. 이후 현장 수사인력 부족과 관리자 검토에 더해 이중으로 검토하는 데 따른 비효율성 등의 지적에 따라 규모가 크게 줄어 현재는 시·도경찰청에서 45명이 운영되고 있다.

수사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내부 통제 강화 방안도 담겼다. 수개위는 사건 담당자나 지휘관이 아닌 사람이 사건 진행이나 내용, 처리 등에 관해 문의·청탁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받은 수사관은 즉시 신고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문의에 응하지 않았더라도 신고하지 않은 경찰공무원은 징계 대상이 되도록 하고, 사건을 문의한 경찰공무원 역시 정보를 제공받았는지와 관계없이 문의 자체를 행동강령 위반으로 규율하도록 했다.

상급자의 수사지휘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을 통한 전자문서로만 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예외적으로 구두나 전화 등으로 지휘한 경우에도 다음 날 또는 전산장애가 해소된 즉시 전자문서로 수사지휘서를 남기도록 해 지휘 여부와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자는 취지다.

경찰공무원 가족이 연루된 사건에 대한 통제도 강화하도록 했다. 수개위는 최근 장윤기 사건 등을 거론하며 경찰공무원 가족 사건은 상피제에 따라 다른 경찰관서가 수사하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중대한 범죄의 경우 향후 중대범죄수사청 등 다른 수사기관이 맡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권고했다. 다만 이를 시행하려면 관련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고소·고발인이 자신의 사건 진행 상황을 온라인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이른바 '(가칭) 나의 사건 검색' 시스템을 마련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수사의 밀행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자신이 제출한 증거자료나 문서의 접수 여부, 수사 진행 정도, 수사 결과 통지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이 밖에도 사건과 관련 문서의 접수·등록 업무를 실제 수사업무와 분리해 비수사 일반행정공무원이 담당하도록 하고, 경찰수사심의위원회의 설치 근거를 법률로 명확히 하는 동시에 위원 전원을 외부위원으로 구성하도록 권고했다. 국가수사본부가 매년 2회 이상 범죄피해자 단체 등과 공식 면담을 갖고, 보완수사요구의 사유와 이행 여부·기간·완성도 등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수개위는 수사 인력의 이탈을 막고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처우 개선도 주문했다. 여성·청소년·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한 범죄 수사에 우수 수사관을 우선 배치하고 체계적인 교육과 특별승진 등 인사상 유인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전체 수사경찰에 대해서도 특별승진 방안을 반영한 인사 정책 등 처우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김남준 위원장은 "수사의 공정성과 역량은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다"라며 "역량 없는 수사기관에 책임만 부담하게 해서도 안 되고, 역량을 갖췄다는 이유로 통제가 약해져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형사사법체계 개편에 따른 경찰 수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우려를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이번 권고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세부 이행계획과 추진 일정을 마련해 수개위에 보고할 예정이다.

[email protected] 김예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