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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순의 마지막 풍경…미완성 유작 '팜트리' 첫 공개 [fn 아트스냅]

장인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서울미술관서 임직순 작고 30주기 특별전
미완성 유작·화구·습작으로 짚는 창작 과정
유화 등 작품 100여점…내년 2월 14일까지

서울미술관 임직순 작고 30주기 특별전에서 처음 공개되는 미완성 유작 '팜트리'(1996). 작가가 생전에 사용한 이젤과 함께 전시된다. 서울미술관 제공
서울미술관 임직순 작고 30주기 특별전에서 처음 공개되는 미완성 유작 '팜트리'(1996). 작가가 생전에 사용한 이젤과 함께 전시된다. 서울미술관 제공

[파이낸셜뉴스] 노란 바탕 위로 푸른 야자수가 솟아 있다. 임직순(1921~1996)이 세상을 떠난 해 그리던 '팜트리'다. 끝내 완성하지 못한 이 풍경화가 작가가 쓰던 이젤과 함께 처음 공개된다.

7일 서울미술관에 따르면 이날 서울 종로구 부암동 본관에서 임직순 작고 30주기 특별전 '내면의 세계를 그리고 싶다'가 개막한다. 유화 약 80점을 포함한 작품 100여점과 유품을 통해 '꽃과 여인의 화가'로 알려진 그의 작업을 돌아본다.

■미완성 유작과 화실의 흔적
'팜트리'는 작고 전해인 1995년 미국에서 본 풍경을 옮기던 작품이다. 신장병으로 투병하던 임직순은 1996년 7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작업을 이어갔다. 가족들이 장례를 마친 뒤 화실에서 마주한 그림이 이번 전시에 나온다.

전시장에는 물감이 굳은 팔레트와 붓, 가구 등 유품 30여점도 놓인다. 인물화를 그릴 때 모델을 앉혔던 라탄 안락의자와 그 의자가 등장하는 작품을 함께 소개한다. 그림 속 사물과 실물을 대조하며 화가가 일상의 공간을 어떻게 화면에 옮겼는지 살필 수 있다.

'여인좌상'(1978)에서는 인물의 옷과 주변 사물이 여러 색면으로 맞물린다. 의자는 모델의 자세를 받치는 생활도구이자 인물과 실내 공간을 묶는 구도의 일부로 읽힌다.

1980년대 그는 오전에는 여성 모델을 보며 인물화를 그리고, 점심 식사 뒤에는 꽃을 화병이나 항아리에 꽂아 정물화를 그렸다. 아내가 작업을 위해 꽃을 준비했고, 당시 사용한 화병도 관련 작품과 함께 전시한다.

가족에게 보낸 편지와 신문 기사, 삽화·표지화는 화실 밖의 삶을 전한다. 작가의 성취와 함께 그림을 그리고 가족과 일상을 나눴던 시간을 살펴보는 구성이다.

임직순이 생전에 사용한 라탄 안락의자와 팔레트·붓 등 화구, '여인좌상'(1978·오른쪽)을 함께 선보이는 서울미술관 전시 공간. 서울미술관 제공
임직순이 생전에 사용한 라탄 안락의자와 팔레트·붓 등 화구, '여인좌상'(1978·오른쪽)을 함께 선보이는 서울미술관 전시 공간. 서울미술관 제공
임직순의 '여인좌상'(1978·왼쪽)과 '장미'(1981). 각각 전남미술관과 해조음미술관 소장. 서울미술관 제공
임직순의 '여인좌상'(1978·왼쪽)과 '장미'(1981). 각각 전남미술관과 해조음미술관 소장. 서울미술관 제공

■꽃에서 풍경으로, 형태에서 색으로
임직순은 1957년 제6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좌상'으로 대통령상을 받았다. 1961년 조선대에 부임해 후학을 길렀으며, 남도의 산과 들을 그리면서 작품의 소재도 넓혀갔다.

전시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연대순으로 이어진다. 인물과 꽃을 탄탄한 구도에 배치하던 화면은 점차 형태를 단순화하고 색과 선, 붓질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뀐다. 전시 제목은 그가 남긴 말인 "내면의 세계를 그리고 싶다"에서 가져왔다.

'장미'(1981)의 꽃잎은 짧은 붓질과 색 덩어리로 압축돼 있고, '산의 정경'(1991)의 산은 붉은 색면과 검은 선으로 정리된다. 두 작품의 소재는 다르지만 대상을 색과 선의 관계로 풀어내는 방식은 이어진다. 무엇을 그렸는지와 함께 색이 화면을 어떻게 나누고 연결하는지 볼 만하다.

풍경화의 바탕에는 현장에서 남긴 스케치와 수채화가 있다. 그는 여행지에서 산과 바다, 항구를 직접 보고 기록한 뒤 화실에서 유화로 발전시켰다. 전시를 위해 모은 스케치 1000여점 가운데 일부를 골라 작업 과정을 보여준다.

임직순의 '소나무가 있는 풍경'(1989·왼쪽). 작가는 1980년대 후반부터 작고 직전까지 두 그루의 나무를 드로잉과 수채화, 유화로 거듭 그리며 구도와 색을 탐색했다. 서울미술관 제공
임직순의 '소나무가 있는 풍경'(1989·왼쪽). 작가는 1980년대 후반부터 작고 직전까지 두 그루의 나무를 드로잉과 수채화, 유화로 거듭 그리며 구도와 색을 탐색했다. 서울미술관 제공

1980년대 후반부터 작고 직전까지 반복해 그린 두 그루의 나무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드로잉과 수채화, 유화로 같은 대상을 변주했다. 하나의 소재를 거듭 그린 흔적은 익숙한 풍경에서도 구도와 색을 계속 바꿔가며 화면을 탐색했음을 드러낸다.

전시는 내년 2월 14일까지 본관 3층 제2전시실에서 열린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월·화요일은 휴관한다.

같은 기간 본관 2층에서는 작가 28명의 작품 150여점을 모은 현대미술 기획전 '대체로 그렇다, 그렇지 않다'가 열린다. 별관에서는 김인태·이일·조진규의 조각전 '한데살이: 모여서, 무엇이 되다'를 12월 27일까지 선보인다.

[email protected]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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