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사회

러시아, 흑사병 유출 논란 부인...美는 해명 촉구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러시아 보건 당국, 페스트 유출 논란 격리 인원 검사
코로나10 및 감기 바이러스 검출됐지만 페스트 균은 없어
WHO도 러시아 주변 보건 위험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
코로나19 中 발생설 주장했던 트럼프 "푸틴과 곧 통화"
美 국무장관 "러시아가 더 많은 정보 공유해야"

지난 2019년 러시아 이르쿠츠크 시베리아·극동 페스트 방역 연구소가 공개한 연구소 직원들의 작업 사진.AP연합뉴스
지난 2019년 러시아 이르쿠츠크 시베리아·극동 페스트 방역 연구소가 공개한 연구소 직원들의 작업 사진.A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러시아 정부가 지난달 흑사병(페스트) 연구 시설에서 사망한 연구원 주변에서 페스트균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소 병원체 유출에 민감한 미국 정부는 러시아에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러시아 당국, 페스트 흔적 못 찾아
6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러시아 소비자권익·보건감독청은 이날 성명을 내고 러시아 이르쿠츠크주 셸레호프에 위치한 이르쿠츠크 시베리아·극동 페스트 방역 연구소에서 격리된 인원을 약 60% 검사한 결과 아직 페스트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실험실 검사 결과 2건의 코로나19 감염과 더불어 (감기의 주요 원인인) 리노 바이러스 감염 2건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감독청은 구체적으로 '페스트'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으면서 "이번 접촉과 관련해 다른 종류의 병원체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5일 타스통신 등 러시아 매체들에 따르면 해당 연구소에 근무하던 28세 여성 연구원 다리야 시필로바는 지난달 29일 중증 페렴 증상으로 입원해 지난 2일 숨졌다. 이를 두고 현지 매체들은 시필로바가 지난달 25일에 문제의 연구소에서 페스트 병원체가 든 시험관을 깨뜨리는 사고를 낸 다음 페스트에 감염되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소비자권익·보건감독청은 해당 보도와 관련해 시필로바가 '원인 불명의 폐렴' 진단을 받고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러시아 보건 당국은 시필로바와 접촉한 197명을 관찰 대상으로 분류하고 이 가운데 189명을 병원 등에 격리했다
페스트는 설치류와 벼룩 등에 존재하는 페스트균이 일으키는 감염병이다. 폐렴형 페스트는 벼룩이나 동물과의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다른 페스트와 달리 호흡기 비말(미세한 침방울)을 통해 전파될 수 있다. 조기에 발견하면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지만 치료받지 못하면 1∼6일 내 사망할 만큼 치명률이 높다.

6일 세계보건기구(WHO)의 크리스티안 린드마이어 대변인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사건을 언급했다. 그는 "현재 입수된 정보를 토대로 한 WHO의 초기 위험평가에 따르면, 이르쿠츠크 지역의 위험은 중간에서 낮은 수준, 러시아 전역은 낮은 수준, 유럽 지역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린드마이어는 "이르쿠츠크에서 실험실에서 근무하던 한 여성이 사망했으며, 당국은 폐렴형 페스트가 사망 원인이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르쿠츠크 연구소에 대해 "야생동물에서 감염병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시베리아 지역에서 위험 병원체를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4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촬영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나무 인형.AP연합뉴스
지난달 24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촬영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나무 인형.AP연합뉴스

트럼프·푸틴 곧 통화 예정...해명 촉구
그러나 연구소 바이러스 외부 유출 의혹에 민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보다 자세한 설명을 바라고 있다. 그는 1기 정부 재임 시절이었던 2020년 5월에 코로나19가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연구소에서 시작되었다는 증거를 직접 봤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2기 정부를 맞은 백악관은 지난해 4월 홈페이지 게시물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한의 연구소에서 제작되어 유출되었다고 재차 주장했다.

5일 트럼프는 이번 사건에 대해 "우리는 이 문제를 매우 강력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방금 그 소식을 들었다. 우리는 그들(러시아)을 도울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그들을 도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날 트럼프는 "현재까지 우리는 매우 심도 있는 논의를 하고 있다. 아마 내일이면 그것에 관해 보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곧 통화하기로 했다"고 했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의 마코 루비오 장관은 6일 기자회견에서 "아직 모든 정보를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추측만 늘어놓는 것은 무책한 일"이라며 "러시아가 세계에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해야 할 의무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더 많이 알수록 더 잘 대응할 수 있다. 어쩌면 별일 아닐 수도 있고 어쩌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문제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루비오는 "만약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 심각하다면 이에 대처할 조처들이 이미 마련돼 있다"며 "우리는 시간 단위로 상황을 매우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6일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글을 올려 러시아에 "중증 폐렴의 원인, 공중보건 조치를 촉발한 병원체, 그리고 원인불명의 폐렴을 앓고 있는 또 다른 직원이 있다는 언론 보도"에 관한 추가 정보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가 각종 의혹을 잠재우기 위해 "제때, 온전하고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치매체 악시오스는 이번 사건이 러시아의 합법적인 페스트 연구로 인해 발생했는지, 아니면 생물무기 개발 프로그램에서 비롯됐는지를 규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미국 싱크탱크 제임스 마틴 비확산센터는 해당 연구소와 관련해 러시아 군 당국이 변형시킨 병원체에 대한 백신과 진단법을 개발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 국무부도 2024년 러시아가 공격적 생물무기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있으며, 옛 소련의 프로그램을 흡수해 발전시켜왔다고 평가했다.

5일 러시아 이르쿠츠크주 셸레호프에서 촬영된 감염병 의료 센터.로이터연합뉴스
5일 러시아 이르쿠츠크주 셸레호프에서 촬영된 감염병 의료 센터.로이터연합뉴스

[email protected]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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