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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도 앓았다?… 실록 속 '허리 통증', 강직성 척추염 닮은꼴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허리 통증으로 몸을 굽힌 채 책상을 짚고 있는 세종대왕의 모습을 표현한 상상도(AI 생성 이미지). 자생한방병원 제공
허리 통증으로 몸을 굽힌 채 책상을 짚고 있는 세종대왕의 모습을 표현한 상상도(AI 생성 이미지). 자생한방병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허리와 등이 굳고 꼿꼿하여 굽혔다 폈다 하기가 어렵다." 1435년 명나라 사신을 배웅하는 잔치에 나섰다가 끝내 발길을 돌린 세종이 남긴 말이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세종 17년(1435년) 음력 4월 1일, 사신 송별연을 위해 태평관을 찾은 세종은 도승지에게 이같이 몸 상태를 알렸다. 궁을 나설 때만 해도 잔치를 주재할 수 있으리라 여겼지만 막상 도착하자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결국 세종은 환궁했고 잔치는 진양대군이 대신 맡았다. 허리와 등의 불편이 공식 행사를 치르기 어려울 정도였던 셈이다.

실록의 기록만으로 세종의 병명을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기록에 나타난 증상은 오늘날 강직성 척추염의 주요 증상과 닮아 있다.

22세부터 허리·다리 통증… 온천욕으로 달랬다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에 염증이 생겨 척추 마디가 점차 굳어지는 만성 척추관절병증이다. 허리와 엉덩이 주변의 통증과 뻣뻣함이 대표 증상이며, 염증이 무릎·발목 등 다리 관절로 번지면 다리 통증이나 부종이 동반되기도 한다. 증상이 심해지면 허리를 굽히거나 펴기 어렵고 걷기 등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준다.

세종은 22세 무렵부터 허리와 다리가 불편해지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즉위년인 1418년부터 오른쪽 다리 등이 아팠다는 기록도 있다. 실록에는 세종이 운동을 싫어했다는 대목도 나온다. 질환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강직성 척추염이 다리 관절에도 통증과 뻣뻣함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세종은 온천욕으로 통증을 다스렸다. 1439년 음력 7월 4일 실록에서 세종은 오른쪽 다리 통증이 의원의 치료로 조금 나아졌고, 해마다 이어지던 등 통증도 1433년 온천욕 이후 완화됐다고 직접 회고했다. 다만 이후 한두 해 동안 붓기와 통증이 남아 있었다고 밝혀,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음을 내비쳤다.

온천욕의 따뜻한 자극은 근육을 이완해 통증과 뻣뻣함을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 오늘날에도 보조적 온열요법으로 쓰인다. 하지만 온천욕만으로 강직성 척추염의 염증이나 진행을 조절하기는 어렵다.

지금이라면… 약물·운동에 한의통합치료 병행

세종이 지금 같은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다면 먼저 증상이 시작된 시기와 움직임에 따른 변화를 확인하고, 혈액검사로 염증 수치를 살핀다. 척추와 골반을 잇는 관절은 엑스레이와 자기공명영상(MRI)으로 확인한다. 강직성 척추염으로 진단되면 염증을 조절하는 약물치료와 규칙적인 운동·재활이 기본이며, 통증 관리를 위해 한의통합치료 병행을 검토할 수 있다. 한의통합치료에서는 통증 정도와 함께 허리·관절의 움직임, 보행 등 일상 기능 변화를 살피고, 기존 약물치료를 고려해 치료 계획을 세운다.

관련 연구도 보고됐다. 자생한방병원이 대한한방내과학회지에 게재한 연구에 따르면 한의통합치료를 44일간 받은 강직성 척추염 환자는 허리 통증 숫자평가척도(NRS)가 감소했고, 염증 지표인 적혈구침강속도(ESR)는 13에서 10으로, C반응성단백(CRP)은 1.39에서 0.84로 낮아졌다. 척추신경추나의학회지에는 강직성 척추염으로 천장관절염과 고관절 윤활막염이 생긴 환자에게 한의통합치료를 시행한 뒤 다리 NRS와 하지직거상검사(SLRT) 결과가 개선됐다는 연구가 실렸다.

운동보다 독서와 정무로 앉아 지내는 시간이 많았던 세종은 훈민정음 창제와 제도 정비 과정에서 과로와 스트레스도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허리를 굽히고 펴기 어려우면 일상과 업무에 불편이 생기고, 통증 때문에 움직임을 줄이면 척추와 관절이 더 뻣뻣해질 수 있다. 허리 통증과 뻣뻣함이 반복된다면 단순 피로로 넘기지 말고 원인을 확인한 뒤 치료와 함께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홍순성 자생한방병원 원장은 "강직성 척추염은 증상이 호전됐다가도 다시 나타날 수 있어 단기 치료에 그치기보다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며 "통증이 심할 때는 무리한 활동을 피하고, 증상이 완화된 뒤에도 적절한 운동과 치료를 병행해 척추와 관절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일상생활의 불편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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