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 만에 차붐 넘은 날, 사령탑은 "팀보다 위대한 선수 없다"
'48년 만에 차붐 넘었다' 손흥민, 환상 프리킥 59호 골로 역대 1위
우즈벡 2-0 완승으로 4연전 마감… 씁쓸한 뒷맛 남긴 모레노호
김민재·황인범 '작심 발언' 후폭풍… 아직 가라앉지 않은 내홍 여진
뼈 있는 모레노 사령탑의 일갈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파이낸셜뉴스] 한국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이 마침내 가장 높은 곳에 홀로 깃발을 꽂았다.
캡틴 손흥민(LAFC)이 A매치 59호 골을 터트리며 '차붐'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대기록을 약 48년 만에 갈아치웠다. 그러나 역사적인 대기록 달성의 환희 이면에는, 옅은 내홍의 여진을 수습하고 '원팀'으로 거듭나야 하는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 체제의 무거운 숙제가 고스란히 자리하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6일 경기 용인시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9~10월 A매치 4연전 마지막 친선경기에서 손흥민과 오세훈(시미즈)의 연속골에 힘입어 2-0 완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의 백미는 단연 전반 6분에 터진 손흥민의 선제골이었다. 황희찬(샬케)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영리한 드리블로 상대의 핸드볼 반칙을 유도해 프리킥을 얻어냈다. 직접 키커로 나선 손흥민은 수비벽을 절묘하게 피하는 낮고 빠른 오른발 슈팅으로 우즈베키스탄의 골문 오른쪽 하단을 꿰뚫었다.
이 득점으로 손흥민은 자신의 151번째 A매치 경기에서 통산 59호 골을 기록했다. 차범근 전 감독이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 중국전에서 58호 골을 터트린 지 무려 47년 9개월 21일 만에 한국인 남자 A매치 최다 골 신기록이 수립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사령탑의 표정은 마냥 밝지 않았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모레노 감독은 승리의 기쁨보다 팀의 규율과 철학을 강조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현재 대표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직전 베네수엘라와의 0-0 무승부 직후, 수비의 핵심 김민재(뮌헨)는 "수비수들만 불쌍하다"며 공격진의 수비 가담 부족을 직격했고, 중원의 사령관 황인범(포르투) 역시 믹스트존에서 "도와줄 사람이 없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날 우즈베키스탄전 승리 직후에도 황인범과 황희찬이 그라운드에 한동안 남아 무거운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되며, 선수단 내부에 누적된 피로도와 갈등의 앙금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이를 의식한 듯 모레노 감독은 단호한 어조로 내부 결속을 주문했다. 그는 "어느 선수도 팀보다 위대하다는 걸 인지해서는 안 된다"며 "개인적인 성과나 목표를 팀의 성과 뒤에 놔야 팀이 성장할 수 있다. 특히 대한민국 대표팀 같은 수준에서는 그런 철학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수단 내부의 불협화음에 대해서도 모레노 감독 특유의 정면 돌파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문제가 생기면 얼굴을 직접 보고 이야기하며 푸는 것, 그리고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내부에서 해결한다는 것이 나의 확고한 원칙"이라며 선을 그었다.
또한 지난 경기 직후 자신의 전술을 "건물을 짓는 과정"에 비유했던 모레노 감독은 "한국에서 6층짜리 건물은 너무 낮다. 더 높은 건물을 짓고 싶다"면서도 "한 경기가 안 좋다고 건물 자체를 무너뜨리고 다시 짓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4-4-2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자신의 전술적 기조를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날 전반 종료 후 발목 부상으로 교체된 이강인(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대해서는 "우리 계획에 없던 변수였지만 적응하고 대처해야 한다. 이강인은 의심할 여지 없이 대표팀을 사랑하고 헌신하는 선수"라며 굳건한 신뢰를 보냈다.
4연전을 2승 1무 1패로 마감한 모레노호는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과제를 동시에 떠안았다. 48년 묵은 대기록을 갈아 치운 손흥민의 발끝은 변함없이 빛났지만, 그라운드 안팎에서 터져 나온 파열음을 봉합하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것을 여과 없이 보여준 4연전이었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