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끝나면 다시 자랄까?'… 항암 탈모의 메커니즘과 회복의 시간 [이선민의 헤어리부트]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 겨냥하는 항암제... 골수, 장 점막, 모낭에도 영향
첫 항암 2~4주 후 탈모 진행… 치료 종료 후 3~6개월 안에 회복
[파이낸셜뉴스] 항암치료를 앞둔 환자에게 치료 중 가장 걱정되는 것을 물으면, 적지 않은 수가 구토나 피로보다 머리카락을 먼저 말한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여성 암 환자의 상당수가 탈모를 가장 괴로운 부작용 가운데 하나로 꼽았고, 탈모가 두려워 항암치료를 망설였다는 응답도 보고됐다. 탈모는 거울을 볼 때마다 '내가 환자'라는 사실을 확인시키기 때문이다.
항암제는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를 겨냥한다. 암세포가 대표적이지만 우리 몸에도 그만큼 빠르게 분열하는 정상 세포가 있다. 골수, 장 점막, 그리고 모낭이다. 두피 모발의 약 85~90%는 한창 자라는 '성장기'에 있고, 모근의 모기질 세포는 인체에서 가장 활발하게 분열하는 세포 중 하나다.
항암제가 이 분열을 멈추게 하면 모발은 가늘어지다 끊어지거나 뿌리째 빠진다. 이를 '성장기 탈모'라고 한다. 스트레스나 출산 뒤 수개월에 걸쳐 서서히 빠지는 '휴지기 탈모'와 달리 속도가 빠르고 범위가 넓다. 두피뿐 아니라 눈썹, 속눈썹, 체모까지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은 것도 같은 이유다.
모발은 보통 첫 항암 후 2~4주 사이에 빠지기 시작해 수주 안에 눈에 띄게 진행된다. 빠지기 직전 두피가 따갑거나 예민해지는 느낌을 호소하는 환자도 많다.
모발이 빠지는 정도는 약제와 용량, 투여 방식에 따라 크게 다르다. 안트라사이클린·탁산 계열처럼 탈모 위험이 높은 약제가 있고, 영향이 거의 없는 약제도 있다. 여러 약제를 함께 쓰는 병합요법이라면 위험은 더 커진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싶다면 치료 전 주치의에게 '내가 맞을 약의 탈모 가능성'을 묻는 것도 방법이다.
다행히 대부분은 치료 종료 후 3~6개월 안에 다시 자라기 시작한다. 새로 난 머리가 곱슬거리거나 색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원래대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이 시기에는 자극적인 파마·염색을 미루고 두피를 청결하게 관리하는 것이 기본이다.
탈모가 예상된다면 미리 머리를 짧게 정리해 두는 것도 좋다. 한꺼번에 뭉텅이로 빠지는 모습을 보는 충격을 줄이고, 가발이나 모자를 고를 시간도 벌 수 있다. 탈모 뒤 드러난 두피는 햇볕과 추위에 약하므로 자외선 차단과 보온에도 신경 써야 한다. 작은 준비지만 치료 기간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준다.
모두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항암치료가 끝나고 6개월이 지나도 모발이 충분히 돌아오지 않는 경우를 '지속성 항암 탈모'라 부른다. 특히 유방암에서 흔히 쓰는 탁산 계열 약제와의 연관성이 보고돼 왔고, 고용량 항암치료를 받은 경우에도 위험이 높다. 이때는 막연히 기다리기보다 두피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받아 볼 필요가 있다.
/이선민 모멘텀헤어라인의원 대표원장
[email protected] 김현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