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간 빼앗긴 도시 자주권 회복 위해 과감한 시정 펼 것"
4년 공백 깨고 시정 복귀 '민선 9기 취임 100일' 맞은 한대희 경기 군포시장
정부 일방적 정책에 희생만
가용지 56%, 국책사업으로 소진
사업 결정 주체 참여 한 것은 0건
교통·환경·복지비용만 市에 남겨
재개발 늦어져 인구 줄고 고령화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는 4년
조직 개편으로 정비사업에 속도
군포복합물류터미널 2042년 종결
금정역 개발·철도 지하화도 추진
긴축 재정·민자로 재정위기 돌파
【파이낸셜뉴스 군포=장충식 기자】경기 군포시는 지난 40여 년간 국가 주도의 개발 정책 속에서 도시 주도권을 빼앗긴 대표적인 도시다. 산본신도시를 비롯해 거의 대부분의 주택공급이 정부 주도로 이뤄졌으며, 이 과정에서 군포시 전체 면적의 24.3%, 개발제한구역을 제외한 실질 가용지의 56%가 국가가 결정한 8개 국책사업으로 소진됐다. 이 중 군포시가 사업의 결정 주체로 참여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도시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군포복합물류터미널도 그렇다. 국가는 주택과 물류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했지만, 그에 따른 교통·환경·복지·재정 비용은 전적으로 군포시와 시민에게 남았다. 자치단체 스스로 도시의 미래를 설계할 권리를 제약받으면서, 군포시는 생각보다 깊고 막대한 희생을 치러온 셈이다. 지난 6일 인터뷰를 위해 시장 집무실에서 만난 한대희 군포시장은 어느 누구보다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민선 7기에 이어 민선 9기 또 한번 시민들의 선택으로 시정에 복귀한 한 시장은 4년의 공백기 동안 오롯이 '군포시의 도시 자주권 회복' 문제에 집중했다며 "지난 40년 동안 누적되어 온 도시의 한계를 극복하고,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는 단단하고 과감한 시정을 펼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 정부 주도 개발의 그늘
한 시장은 군포시가 직면한 구조적 난제의 뿌리가 중앙정부 중심의 일방적인 도시 개발에 있다고 지적했다.
군포시는 1988년 산본 택지개발 추진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지난 40년간 8개의 대규모 국책사업을 연속해서 수용하는 과정에서 전체 면적 36.42㎢ 중 실질 가용지의 절반이 넘는 56%가 국가 정책사업으로 소진됐다. 특히 법정 광역교통개선대책 수립 의무 기준(지정 당시 100만㎡ 또는 2만명) 미만으로 사업지구를 쪼개어 개발하면서 관내 5개 지구에 광역교통망 대책이 전무한 상태로 남게 되었다. 여기에 경부선·안산선 철도와 영동·평택파주고속도로가 시가지를 4등분으로 가로질러 공간 단절과 생활권 분절이 심화되었다.
한 시장은 "국가가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특정 지자체에만 과도한 부담과 외부비용이 집중됐다면 이를 바로잡고 조정하는 것은 지자체가 아닌 국가의 책무"라며 강력한 제도적 보완을 촉구했다.
■원도심·신도시 동시 노후화
도시의 오랜 방치와 노후화 문제 역시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다. 안양이나 의왕 등 인근 지자체가 2010년 전후로 도시정비계획을 수립하고 결실을 맺는 동안, 군포시는 원도심 재개발 기본계획 수립 자체가 늦어지면서 가파른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겪었다.
현재 군포시는 1기 산본신도시의 재건축 시기와 원도심 8개 반 동 규모에 달하는 재개발 정비사업 수요가 동시에 분출하는 거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한 시장은 도시 정비사업을 속도감 있게 정면 돌파하기 위해 취임 즉시 '도시정비국'과 '청년주권실'을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추진 중이다.
도시정비국은 재개발·재건축, 도시계획, 주택 행정을 하나로 통합해 주민들의 인허가 절차상 불편을 최소화하고 사업을 책임 있게 관리하게 되며, 청년주권실은 일자리·주거·창업·정책 참여를 일원화해 정비된 도시 공간 내에 청년들이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도심 점유한 군포복합물류터미널
군포시민의 삶에 가장 깊은 고통을 안겨준 시설로는 도심 한복판을 점유하고 있는 군포복합물류터미널이 꼽힌다.
조성 초기에는 외곽에 위치했으나 주변 택지개발로 주거지가 둘러싸이면서 주거 한가운데 대형 화물차가 집결하는 기형적 구조가 형성됐다. 현재 터미널을 통과하는 대형 화물차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교통체증, 소음, 대기오염, 도로 파손 등 사회·경제적 피해 비용은 연간 85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반면, 부지가 국유지이고 공공시설로 분류되어 군포시에 들어오는 연간 세수는 50억원 미만에 불과하다.
한 시장은 "전 국민이 물류 편익을 누리는 동안 발생한 세수 손실과 도로 유지 관리비, 환경 피해는 온전히 군포시가 감당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시는 2단계 임대계약이 끝나는 오는 2042년 물류기능 완전 종결을 정부가 공식 확약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1단계 계약이 만료되는 2028년 이후 국가귀속 운영수익의 지역 환원, 누적 피해 보상 기준 마련, 정부-군포시 상설협의기구 구성을 건의할 예정이다. 70만㎡에 달하는 해당 부지는 군포시에 남은 유일한 대규모 가용지로서, 향후 첨단 신산업과 주거·공원이 어우러진 미래 먹거리 복합공간으로 재편한다는 구상이다.
■ 심각한 재정 비상 상황
현재 군포시의 재정 여건은 경기도 내에서도 가장 엄중한 수준이다. 재정자립도는 25.42%(경기도 내 20위)까지 떨어졌고, 재정안정화계정 잔액은 2022년 916억원에서 올해 말 97억원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산본신도시 내 영구임대주택(약 3100가구) 집중 등으로 기초생활수급률(5.1%)이 높아 사회복지 예산 비중이 전체의 48.7% 이상을 차지하며, 최근 경기도의 도비 보조율 축소 방침에 따라 연간 47억원 이상의 추가 시비 부담까지 안게 됐다.
한 시장은 비상 재정 상황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신규 사업에 대한 3년 일몰제 도입, 미활용 행정재산 매각, 불용예산 감액 등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을 실시한다.
또 소각장 신설, 금정역 개발, GTX-C 연계 등 대규모 재정이 소요되는 인프라 사업은 집행 시기를 조정하거나 민간자본을 적극 활용하여 단기 재정 부담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 미래 100년의 도시 혁신
마지막으로 한 시장은 군포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GTX-C 개통과 연계한 금정역 복합환승센터 건립과 경부선·안산선 철도 지하화를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금정역 개발을 단순 역사 신축에 그치지 않고, 산본천 복원 사업 및 금정~당정역 일대 노후 공업지역의 산업구조 전환과 하나로 연결해 수도권 남부의 '도시혁신축'으로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금정·당정동 일대의 일반공업지역(약 60만평)은 3기 신도시 자족용지 등과 연계해 첨단 산업단지 형태로 재편하고, 활용도가 떨어지는 공장총량은 일부 조정해 우수 기업을 유치한다. 이와 더불어 경부선(4.84km)과 안산선(7.75km) 구간의 철도 지하화를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종합계획'에 반영시켜 도시의 공간적 단절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방침이다.
한 시장은 "앞으로 4년 동안 만들고 싶은 군포는 '가능성이 현실이 되고, 시민의 삶이 실제로 달라지는 도시'"라며 "지난 40년간 누적되어 온 도시의 구조적 한계와 희생을 기회로 바꾸고, 약속이 아닌 눈에 보이는 결과로 군포의 확실한 변화를 증명하겠다"고 약속했다.
[email protected] 장충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