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北核, 실질적 '억제' 초점 맞춰야
한반도를 둘러싼 핵 안보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북한이 약 60기의 핵탄두를 조립했으며, 추가로 30기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도 보유한 것으로 추정한다. 미·러 간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이 지난 2월 만료된 가운데 중국의 핵탄두는 620여기로 늘었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만들지 않고, 반입하지 않는다'는 비핵 3원칙 중 '반입 금지' 원칙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 북한의 직접적인 위협과 주변 핵전력의 변화에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비핵국가다. 이런 상황에서는 북한 비핵화라는 궁극적 목표와 당면한 핵억제 과제를 분리 접근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는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목표다. 하지만 오늘의 전략은 북한의 핵사용을 억제하고, 핵을 앞세운 군사적 강압을 차단하며, 유사시 국민의 생명과 국가기능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 설계해야 한다.
올해 초 미국은 국방전략(NDS)에서 '한국이 대북 억제에서 1차적 책임을 질 역량을 갖춘 만큼, 제한적 지원' 방침을 공식화했다. 동맹 내에서 역할과 책임이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우리의 전략 목표도 더욱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 아래 당면 전략의 초점은 실질적 '억제'에 두어야 한다. 한미 확장억제 시스템은 단순한 정보교류에서 '공동 기획·설계' 단계로 진화해야 한다. 북한의 핵 사용 징후에 대한 정보 공유, 핵·재래식 전력 연계, 대국민 방호까지 아우르는 상시협의체로 완전히 정착시켜야 한다.
미국과의 원자력 외교 방식도 승인이나 동의를 구하는 수동적 접근에서 벗어나 양국의 공동이익을 넓히는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조선·원전·방산은 전략적 이해가 정밀하게 맞닿는 분야다. 한국의 산업 역량이 미국의 제조업 재건과 안보 기반 강화로 이어지는 상호 호혜적 구조를 확립할 때 양국 정상 간 합의도 흔들림 없는 협력으로 안착할 수 있다. 아울러 핵추진잠수함은 안보 트랙에서, 민수용 핵연료 문제는 한미 원자력협정과 국제 비확산 규범 안에서 각각의 협상 경로를 밟아야 불필요한 국제적 마찰을 줄일 수 있다. 두 사안을 하나의 정치적 구호로 묶기보다 필요한 접점을 전략적으로 연계하면서, 외교·국방·과학기술·산업으로 쪼개진 원자력정책 기능을 하나의 통합된 국가전략으로 조율하는 시스템 정비를 병행해야 한다.
첨단기술 역량은 철저한 '투명성' 위에서 축적되어야 한다. 작년 말 한미 정상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핵연료 농축과 재처리를 '금단의 영역'처럼 여기는 접근 태도는 곤란하다.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를 충실히 준수하면서 민간기업의 활발한 참여 아래 우라늄 농축,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역량을 튼튼히 다져야 한다. 이제는 '핵무장이냐, 핵우산이냐'라는 소모적 논쟁을 넘어설 때다. 핵전략의 궁극적 목적은 핵무기 보유가 아니라 상대가 핵 위협으로 우리의 선택을 제약하지 못하게 하는 데 있다.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핵을 가질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위기 속에서도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지켜낼 대안과 역량을 갖추었는가'이다.
이유한 국립창원대학교 대학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