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아시아/호주

"실패해도 실험한다" 노벨상 日 소아이의 30년 연구 뚝심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남들은 힘들다 했지만 연구는 즐거웠다"
생명 기원 밝힐 '소아이 반응'으로 화학상
"수준 높은 일본 연구 토양·학생들 덕분"

7일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소아이 겐소 도쿄이과대 명예교수(76)가 일본 신주쿠구 도쿄이과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NHK 방송 캡쳐
7일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소아이 겐소 도쿄이과대 명예교수(76)가 일본 신주쿠구 도쿄이과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NHK 방송 캡쳐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비대칭 유기합성에서 비선형 효과와 자가 촉매 작용을 발견한 공로로 앙리 카강 프랑스 파리11대학교 교수와 소아이 겐소 일본 도쿄이과대학교 교수에게 2026년 노벨 화학상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연합뉴스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비대칭 유기합성에서 비선형 효과와 자가 촉매 작용을 발견한 공로로 앙리 카강 프랑스 파리11대학교 교수와 소아이 겐소 일본 도쿄이과대학교 교수에게 2026년 노벨 화학상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잘되지 않더라도 실험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아이 겐소 일본 도쿄이과대 명예교수(76)가 밝힌 연구의 원칙은 단순했다. 결과가 뜻대로 나오지 않아도 실험을 이어가는 것이다. 생명 탄생의 수수께끼에 다가갈 실마리를 제시한 그는 오랜 연구 생활을 고난보다 즐거움으로 기억했다.

소아이 교수는 7일 오후 10시 도쿄 신주쿠구 도쿄이과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구 과정의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밖에서 보면 힘든 일이 계속됐을지 모르지만 정작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는 즐거웠고 '이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순간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는 이날 소아이 교수와 프랑스 파리사클레대 앙리 카강 명예교수(95)를 노벨화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 비대칭 유기합성에서 '비선형 효과'와 '자기촉매 반응'을 발견한 공로다. 두 사람의 연구는 생명체를 구성하는 분자들이 왜 한쪽 방향의 구조만 갖게 됐는지 설명하는 데 기여했다.

소아이 교수는 유기화합물을 연구하는 과정을 "산이 있는지도 모르는 어두운 곳에서 머리에 전등을 달고 길을 더듬어 가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목표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실험으로 길을 찾아왔다는 얘기다.

그가 1995년 논문으로 발표한 '소아이 반응'은 생성된 분자가 촉매로 작용해 자신과 같은 구조의 분자를 늘리는 화학반응이다. 발견 후 30여 년이 지나 노벨상으로 이어졌다.

분자에는 오른손과 왼손처럼 서로 거울에 비친 관계이면서 완전히 포개지지는 않는 구조가 있다. 이를 '카이랄성'이라고 한다. 소아이 교수는 오른손형과 왼손형 중 어느 한쪽이 조금만 더 많아도 자기촉매 반응을 거듭하면서 그 차이가 크게 증폭되는 현상을 구현했다.

이는 생명의 기원과 연결되는 연구다. 생명체가 단백질을 만드는 데 쓰는 아미노산은 대부분 왼손형이다. 왜 두 구조 가운데 한쪽을 선택하게 됐는지는 오랜 수수께끼였다. 소아이 반응은 처음의 미세한 차이가 어떻게 한쪽 구조의 압도적 우세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줬다.

공동 수상자인 카강 교수는 1986년 작은 구조적 편향이 반응 과정에서 크게 증폭되는 '비선형 효과'를 발견했다. 노벨위원회는 두 사람이 "100년 넘게 이어진 화학의 수수께끼에 답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소아이 교수는 자신의 연구를 "생명과학의 근본이자 토대"라고 설명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그 중요성이 널리 알려지고 그동안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이 분야에 눈을 돌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수상의 공은 연구 환경과 동료들에게 돌렸다. 소아이 교수는 회견 첫머리에서 "일본의 수준 높은 연구 토양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아직 모르는 것이 많을 것이다. 앞으로도 연구가 진전되도록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고 밝혔다.

특히 "우수한 학생들을 비롯해 사람을 만나는 복이 있었다"며 "학생들이 있었기에 비로소 성과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수상의 기쁨을 전하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그는 "상을 받아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해 취재진의 웃음을 자아냈다. 노벨위원회 기자회견에 전화로 참여했을 때는 "인생에서 가장 가슴 벅찬 날 중 하나"라며 "존경하는 카강 박사와 함께 수상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1950년 히로시마현에서 태어난 소아이 교수는 도쿄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활동한 뒤 도쿄이과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2017년 명예교수가 됐다.

이번 수상으로 미국 국적자를 포함한 일본 출생 노벨 자연과학상 수상자는 28명으로 늘었다. 화학상 수상자는 지난해 기타가와 스스무 교수에 이어 10명째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이날 밤 전화로 "생명의 기원이라는 인류 공통의 수수께끼를 푸는 데도 이어지는 획기적 성과"라며 축하했다. 과학연구비와 국립대 운영비 지원을 확대해 연구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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