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진동·변조방지 장치까지…美 '투표용지 수거함'의 진화
우편투표 배송지연 우려에 등장…'부정선거 음모론'의 공격 타깃 폭탄테러·화재에 첨단장비로 업그레이드…美우정청 "중간선거 특별배송"
화재·진동·변조방지 장치까지…美 '투표용지 수거함'의 진화
우편투표 배송지연 우려에 등장…'부정선거 음모론'의 공격 타깃
폭탄테러·화재에 첨단장비로 업그레이드…美우정청 "중간선거 특별배송"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투표소에서 직접 투표하는 게 보편적인 한국과 달리, 미국은 우편투표를 허용한다. 전체 투표의 대략 30%가 우편투표다. 면적이 광활해 직접 투표가 어려운 곳이 많고, 일부 주(州)에선 선거일이 공휴일이 아닌 탓도 있다.
전미 주의회협의회(NCSL)에 따르면 현재 50개 주 가운데 37개 주와 워싱턴 DC에선 특별한 사유가 없어도, 나머지 13개 주에선 질병·여행·고령 등 일정 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 우편투표용지에 후보 이름을 기입하고 우체통에 넣으면 미 우정청(USPS) 트럭이 수거해간다.
자신의 우편투표가 무효가 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어떤 주는 투표용지가 선거일 이후 선거사무소에 도착하면 무효로 처리된다. 어떤 주는 선거일 이후 며칠 안에 배송돼도 무방하지만, 선거일까지 USPS 소인이 찍혀 있어야 한다.
무효 처리되는 우편투표는 대부분 선거일이 임박해 투표용지를 부친 경우지만, USPS가 비용을 절감하겠다며 지역 우체국에 도착한 우편물을 처리센터로 보내는 운송 횟수를 줄인 점도 영향을 줬다. 우편물 처리센터에 도착해야 기계로 소인이 찍힌다.
이같은 우편투표의 불확실성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투표수거함'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우편투표가 진행 중인 미국 곳곳에선 투표수거함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곳에 우편투표용지를 넣기만 하면 된다.
29개 주와 워싱턴 DC가 법률로 투표수거함 설치를 허용하고 있다. 최근 이 투표수거함이 최첨단 장치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고 CNN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어떤 수거함은 내부 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거나 이동 또는 충격이 감지되면 담당자 휴대전화로 알림이 온다. 자동으로 공기를 차단해 불을 끄는 장치와 감시카메라가 설치된 수거함도 있다.
펜실베이니아·일리노이·캘리포니아주에선 변조 방지 설계와 화재 방지 기능에 디지털 추적 기록을 결합한 차세대 첨단 수거함을 만드는 데 수백만달러를 썼다. 투표용지를 넣는 사람을 촬영하고, 투표용지 봉투를 스캔해 대조한다.
그 이유는 투표수거함이 부정선거 음모론의 공격 타깃이 돼서다. 2020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실패 이후 부정선거론이 확산했고, 투표수거함에 대한 폭탄 테러나 화재가 잇따랐다. 지난 6월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의 한 예비선거용 투표수거함에서 투표용지들이 불에 탄 것이 최근 사례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와 투표수거함이 부정선거에 악용된다고 믿는다. 우편투표를 사실상 금지하는 법 제정을 밀어붙이려다 불발되자, USPS를 통해 이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가 연방대법원에 제동이 걸렸다.
보수 진영에서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2000 뮬스(Mules·운반책들)'는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 측 비영리단체의 돈을 받은 운반책 2천명이 집집이 다니며 우편투표용지를 걷은 뒤 수거함에 넣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됐다.
투표수거함은 해당 지역의 정치색을 반영하기도 한다. 공화당이 주를 이끄는 텍사스와 노스캐롤라이나 등 10여개 주는 투표수거함이 금지돼 있다. 위스콘신주는 주 대법원 구성이 보수 우위일 때 수거함이 금지됐고, 진보 우위로 바뀌자 허용됐다.
스티브 홉스 워싱턴주 국무장관은 "유권자들에게 우편함보다는 투표용지 수거함을 이용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우편함을 이용할 거라면 그냥 일찍 보내라고 한다"고 말했다.
우편함을 이용할 경우 격오지의 배송 기간을 고려하면 선거일 14일 이전, 늦어도 7일 이전에는 보내야 안전하다고 한다. 오리건주의 경우 포틀랜드의 처리센터에서만 소인이 찍히는데, 주의 남서쪽 끝에서 이곳까지는 거리가 500마일(약 804㎞)에 이른다.
USPS는 선거일이 가까워지는 오는 24일부터 투표용지 배송 속도를 높이기 위해 추가 우편물 수거, 공휴일 수거, 신속 처리 등 '특별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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