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3주 앞 네타냐후 책임론…UAE·이집트 ‘10·7 전 경고' 보도
10·7 당시 고위 안보 책임자들 네타냐후 빼고 모두 사임…본인은 경고 수령 전면 부인 리쿠드 20~22석·우파연정 50~54석…패배 땐 부패재판 대응 수단도 줄어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이스라엘 총선을 3주 앞두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2023년 10월7일 하마스 기습 공격 책임론이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공격 전 아랍에미리트(UAE)와 이집트가 네타냐후 총리에게 경고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이번 선거 결과는 그의 정치적 생존은 물론 진행 중인 부패 재판 대응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액시오스는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10월7일 공격 3주년을 맞은 가운데 당시 이스라엘 역사상 최악의 안보 실패에 대한 네타냐후 총리의 개인적 책임이 총선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책임 공방의 핵심은 공격 당시의 안보 실패와 이후 책임을 둘러싼 대응이다. 2023년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약 1200명이 숨졌다. 야권은 네타냐후 총리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독립적인 진상조사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당시 재직한 고위 국가안보 책임자들은 네타냐후 총리를 제외하고 모두 사임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최대 경쟁자인 가디 아이젠코트 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가자전쟁에서 아들과 조카 2명을 잃었다. 아이젠코트 전 참모총장 측 인사들은 그가 10월7일 공격을 막지 못한 책임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있다고 보고, 그를 교체하는 것을 자신의 핵심 과제로 여기고 있다고 액시오스에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안보기관 수뇌부가 공격 전 나타난 경고 신호를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당시 자신을 깨워 상황을 보고했다면 학살을 막을 수 있었다는 취지다. 그의 정치·언론계 우군과 부인 사라 네타냐후도 이스라엘이 자국 안보 수뇌부에게 배신당했다는 취지의 음모론을 퍼뜨려왔다.
그러나 최근 보도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공격 전에 적어도 일부 경고를 전달받았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이 공격을 며칠 앞두고 네타냐후 총리에게 하마스가 대규모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액시오스는 사안을 아는 소식통 3명을 인용해 UAE 정보기관이 이스라엘 측에 하마스와 관련한 일반적인 경고를 전달했으며, 빈 자이드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직접 연락해 해당 정보가 전달됐는지 확인했다고 전했다. 전직 미국 당국자는 빈 자이드 대통령이 몇 달 뒤 빌 번스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에게 자신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경고했다고 말했다고 액시오스에 밝혔다.
뉴욕타임스도 UAE의 사전경고와 관련한 내용을 확인했다고 액시오스는 전했다. 애틀랜틱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압바스 카멜 당시 이집트 정보기관 수장도 10월7일 공격에 앞서 네타냐후 총리에게 비슷한 경고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UAE나 이집트에서 공격 경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그는 관련 내용을 보도한 여러 언론사와 기자들을 상대로 소송도 제기했다.
다만 10월7일 이후 3년간 이어진 전쟁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정치적으로 회복할 기회도 줬다. 가자전쟁과 인질 석방,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 이란과의 두 차례 전쟁을 거치면서 많은 이스라엘인 사이에서 강하고 결단력 있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되찾았다고 액시오스는 평가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은 크네세트 전체 120석 가운데 20~22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32석보다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우파 연합도 50~54석으로 과반에 필요한 61석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조사됐다.
반대 결과도 있다. 친네타냐후 성향의 채널14가 공개한 조사에서는 네타냐후 총리 진영이 63석을 차지해 과반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됐다.
야권 역시 단독으로 과반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아랍계 이스라엘 정당들이 합쳐 12~14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돼 이들의 지지 없이는 야권도 61석 확보가 어렵다는 게 액시오스의 분석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런 구도를 이용해 아이젠코트 전 참모총장에게 아랍계 정당들과 연정을 구성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도록 압박해왔다. 아이젠코트 전 참모총장이 이를 받아들이면 정권 교체에 필요한 의석을 확보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다만 소수정부를 구성하는 방안은 남아 있다.
현재 여론조사 흐름대로 어느 진영도 과반을 얻지 못하면 의회가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다시 선거가 치러질 때까지 네타냐후 총리가 임시 총리로 계속 재임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번 총선은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미래뿐 아니라 법적 미래도 가를 수 있다. 액시오스는 네타냐후 총리가 권력을 잃으면 진행 중인 부패 재판을 늦추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치적 수단도 잃게 된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승리하면 정치적으로 ‘이스라엘 국민에게 무죄 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재판 절차를 저지하기 위한 더 강한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택도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지만 답을 피했고, 빈 자이드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사전경고를 했다는 보도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액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대화한 인사 2명을 인용해 그가 비공개 자리에서는 10월7일 사태의 책임을 네타냐후 총리에게 돌리고,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의 국제적 평판을 해칠 수 있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전쟁 동안 네타냐후 총리와 밀접하게 협력해왔으며 아직 지지를 선언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스라엘 총선은 미국 중간선거보다 일주일 먼저 치러진다. 미국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가운데 한 곳 이상을 되찾으면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판매와 연간 38억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을 둘러싼 갈등이 커질 수 있다. 액시오스는 이 논쟁의 양상도 네타냐후 총리의 집권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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