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러시아 페스트 의혹 확인 어려워"...생물 무기 배제 못해
WHO 사무총장 "페스트 위험도 평가 어려워" 정보 부족 강조
러시아 측은 페스트 확산 없다고 주장...확산 보도에 "대부분 거짓"
美 트럼프, 생물 무기 유출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美 전직 관리들은 생물 무기 가능성 언급
[파이낸셜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달 러시아에서 시작된 흑사병(페스트) 유출 의혹에 대해 정보 부족으로 사태 파악이 어렵다고 밝혔다. 미국의 전직 관리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현재 상태가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5일 타스통신 등 러시아 매체들은 러시아 이르쿠츠크주 셸레호프에 위치한 이르쿠츠크 시베리아·극동 페스트 방역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28세 여성 연구원 다리야 시필로바가 지난달 29일 중증 페렴 증상으로 입원해 지난 2일 숨졌다고 전했다. 현지 매체들은 시필로바가 지난달 25일에 문제의 연구소에서 페스트 병원체가 든 시험관을 깨뜨리는 사고를 낸 다음 페스트에 감염되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러시아 소비자권익·보건감독청은 시필로바가 '원인 불명의 폐렴' 진단을 받고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러시아 보건 당국은 시필로바와 접촉한 197명을 관찰 대상으로 분류하고 이 가운데 189명을 병원 등에 격리했다. 아울러 러시아 정부는 6일 WHO의 페스트 관련 질의에 모든 검사 대상이 음성으로 확인됐으며 페스트 발병 흔적이 없다고 공식 답변했다. 이에 대해 마리아 반 케르크호베 WHO 전염병 대응 국장은 취재진의 관련 질의에 시필로바가 페스트 때문에 사망하지 않았다면 "무엇 때문에 죽었나?"라고 반문했다. 6일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러시아 현지 매체들이 이르쿠츠크주에서 2번째 페스트 사망자 발생 소식을 전했으나 해당 기사들이 삭제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7일 기자들과 만나 "현재 상황에 대한 언론 보도 가운데 대다수는 거짓 정보"라며 당국의 공식 발표만이 진짜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소비자권익·보건감독청은 6일 발표에서 지난 10일 동안 연구소 관계자들 사이에서 페스트 발병 사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7일 미국 폭스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군축담당 대통령 특사를 지낸 마셜 빌링슬리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이번 사건은 단순한 페스트가 아닐 수 있다. 훨씬 더 치명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과거 옛 소련 시절 개발된 흑사병을 포함한 비공개 생화학 무기와 관련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빌링슬리는 1990년대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근무 당시 소련 생물 무기 프로그램의 2인자였던 켄 알리베크의 증언을 인용했다. 본명이 카나트얀 알리베코프인 알리베크는 1992년 미국으로 망명한 인물로, 당시 소련이 항생제에 저항성을 갖도록 유전자 조작된 페스트 균과 두 가지 이상의 병원체를 결합한 '유전자 재조합 병원체'를 개발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앞서 알리베크는 이번 사건이 발생한 연구소를 생물무기 개발 프로그램의 핵심 거점 중 하나로 지목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케빈 에스벨트 교수는 "유전자 분석 기술을 사용하면 원인 병원체를 신속하게 특정할 수 있다. 건강한 28세 성인이 병원체 미상으로 사망했다는 점, 그리고 러시아가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 국무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는 여전히 공격적인 생물 무기 프로그램을 유지하며 생물무기금지협약(BWC)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르쿠츠크 사건의 구체적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추측은 자제하겠지만, 러시아 당국의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수적이다"라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박종원 윤재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