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곤 제주도정 '9조7576억 공약' 확정… 국비·민자 확보 시험대
100개 공약·337개 실천과제 확정
국비 3조7523억·민자 등 1조7885억
투자 절반 2029년·2030년에 집중
임기 후에도 5조7441억 추가 계획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위성곤 제주도정이 2030년까지 9조7576억원을 투입하는 민선 9기 공약실천계획을 확정했다. 민선 8기보다 투자계획을 2조5946억원 늘렸지만 전체 재원의 절반 이상을 국비와 민간투자·융자 등에 의존하고, 투자액의 52.4%가 2029년과 2030년에 집중돼 재원 확보와 단계별 사업 추진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8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이날 도청 탐라홀에서 위성곤 제주도지사와 공약실천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도민과 함께 공약실천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다. 회의에서는 10개 분야 100개 공약사업과 337개 실천과제로 구성된 민선 9기 공약실천계획이 최종 확정됐다.
위성곤 지사는 "공약은 숫자나 예산의 규모가 아니라 도민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도민이 어떤 변화를 체감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투자계획과 과제별 이행지표를 토대로 공약을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번 계획은 민선 9기 인수위원회가 제시한 7대 전략과 100대 정책과제를 구체적인 사업과 투자 규모로 전환한 것이다. 100개 공약 가운데 83개는 임기 내 추진하고, 17개는 임기 이후까지 이어지는 사업으로 분류했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재원 조달 구조다. 2030년까지 투자할 9조7576억원 가운데 제주도가 부담할 도비는 4조2168억원으로 전체의 43.2%다. 나머지는 국비 3조7523억원(38.5%)과 민간투자·융자 등 1조7885억원(18.3%)으로 구성됐다.
국비와 민간투자·융자 등을 합하면 5조5408억원으로 전체의 56.8%에 해당한다. 정부 예산 확보와 민간의 실제 투자 참여가 공약 이행의 중요한 조건이라는 의미다.
대규모 투자사업에서는 외부 재원 확보의 중요성이 더욱 뚜렷하다. 1조원 규모의 제주 미래성장 펀드 조성사업에는 민간투자 6000억원이 반영됐다. 제주 해상풍력 개발과 관련 산업 육성사업도 약 5912억원의 투자계획 가운데 5900억원을 민간 재원으로 충당하는 구조다.
투자 시기도 후반부에 집중됐다. 연도별 투자계획은 올해 1조1125억원에서 2027년 1조5463억원, 2028년 1조9851억원으로 늘어난다. 이어 2029년 약 2조5572억원, 2030년 약 2조5564억원을 배정했다.
마지막 2개 연도에 계획된 투자액은 약 5조1136억원으로 전체의 52.4%다. 사업별 준비와 행정절차를 거쳐 후반부에 투자를 확대하는 구조인 만큼 초기 단계의 사업 진척과 재원 확보가 중요해졌다.
임기 이후인 2031년부터 추가로 계획된 투자액도 5조7441억원에 달한다. 임기 내 투자와 합치면 전체 공약사업의 장기 투자계획은 15조5017억원 규모다. 민선 9기 이후에도 사업과 재정 부담이 이어질 수 있어 중장기 재정관리와 정책 연속성 확보가 필요하다.
분야별로는 기후경제에 가장 많은 1조9790억원을 배정했다. 전기화 확대와 녹색 인프라 구축, 해상풍력 개발, 분산에너지 산업 육성 등이 주요 사업이다.
민생경제회복에는 1조9079억원을 투입한다. 제주 미래성장 펀드와 지역화폐 탐나는전·공공배달앱 먹깨비 연계 운영, 소상공인 상권 활성화 등이 포함됐다.
농수축산 분야에는 1조6739억원, 환경·자원 분야에는 1조3619억원을 계획했다. 농수산물 유통과 농어가 소득 안정, 기후위기 대응 수자원 관리, 자원순환체계 구축 등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인공지능(AI) 미래혁신에는 9047억원을 배정했다.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 AI 데이터센터와 우주·미래모빌리티 산업, 제주 글로벌 AI 허브 구축 등이 포함됐다. 관광 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해 관광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한다.
도민 생활과 밀접한 공약도 구체적인 투자계획에 반영됐다. 제주형 청년기본소득 도입에 도비 96억원, 청년 맞춤형 주거지원 확대에 약 4280억원을 계획했다. 다만 청년기본소득의 실제 지원 대상과 금액, 지급방식은 별도로 검토 중이다.
제주 제2공항 갈등 해결을 위한 도민 자기결정권 실현에는 21억5000만원을 배정했다. 제주형 주민자치회 전환과 주민참여예산제 개편, 제주4·3 명예회복 관련 사업도 공약에 포함됐다.
제주도는 전체 100개 사업 가운데 우선 추진할 12대 핵심공약도 선정했다. 민생금융 안전망 구축과 생활안전망 확대, 제주형 기본사회, 제주과학기술원 전환 기반 마련, 풍력·태양광 이익공유, 1차산업 대전환, 관광 AI 전환 등이 포함됐다.
12대 핵심공약의 임기 내 투자계획은 약 8020억원이다. 이 가운데 농어가 소득 향상과 제주 1차산업 대전환에 약 6523억원이 배정돼 핵심공약 투자액의 81%가량을 차지한다.
공약 수립 과정에는 도민과 전문가도 참여했다. 제주도는 지난 8월부터 10개 분과 99명으로 구성된 공약실천위원회를 운영했다. 분과위원회 30차례와 운영위원회 4차례 등 모두 34차례 회의를 거쳐 사업별 추진 방향과 투자계획을 검토했다.
별도로 만 19세 이상 도민 41명을 선정해 도민배심원단을 운영했다. 배심원단은 세 차례 회의에서 공약 조정안건 10건을 승인하고, 주요 공약 10개 사업에 대해 40건의 개선 권고안을 제시했다.
제주도는 앞으로 공약 이행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도민배심원단과 전문가 평가를 거쳐 추진상황을 공개할 계획이다. 과제별 이행지표를 활용해 공약이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는지도 확인한다.
이번 공약실천계획은 취임 100일을 맞은 위성곤 도정이 정책 구상 단계에서 실행 단계로 전환하기 위한 기준이 된다. 특히 9조7576억원이라는 투자 규모가 실제 예산과 사업으로 연결되는지, 국비·민간 재원을 계획대로 확보하는지, 도민 생활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는지가 향후 평가의 핵심이다.
위 지사는 "공약 추진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하고 부족한 부분은 바로 보완하겠다"며 "성과 역시 행정의 진도율이 아니라 도민이 체감하는 변화로 평가받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