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900% 벌게 해준다" 19억 뜯은 사기단…뒤엔 '군기반장' 있었다 [사기꾼들]

이동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캄보디아에 거점 두고 조직 운영
텔레그램서 후배 조직원 통솔
法 "사기 가담 인정" 징역 5년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파이낸셜뉴스] "실수하면 진짜 그놈부터 박 깨버릴 테니까 실수하지 말자."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활동하던 주식리딩방 사기 조직의 텔레그램 대화방에 올라온 경고다. 조직원들에게 으름장을 놓은 사람은 총책이 아닌 A씨였다. 그는 조직원들을 질책하고 위협하며 이른바 '군기반장' 역할을 맡았다.

A씨는 재판에서 사기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조직원들을 통솔하며 범행을 뒷받침한 행위 역시 사기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판단했다.

계좌 하나에 1500만원…23명에게 18억 뜯어
사건은 2024년 5월 캄보디아에서 시작됐다. 총책 E씨는 법인 명의 계좌를 제공하면 수수료를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국내에 유령법인을 설립해 대포계좌를 공급하는 조직을 꾸렸다.

조직은 국내에서 법인을 설립하고 계좌를 개설하는 역할과 캄보디아 현지에서 계좌 명의자를 관리하는 역할, 범죄수익을 정산하는 역할 등으로 나뉘었다. 현지 시아누크빌에는 3층 건물을 빌려 계좌 명의자들을 관리했다.

대포계좌 한 개를 제공한 대가는 약 1500만원이었다. 계좌를 통해 오간 금액에 따른 별도 수수료도 챙겼다.

이렇게 마련된 계좌는 주식리딩방 사기에 이용됐다. 조직원들은 투자전문가를 사칭해 가짜 투자사이트 가입을 유도하고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피해자들을 속였다. 한 피해자에게는 원금 대비 900%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속여 5차례에 걸쳐 5억700만원을 받아냈다.

조직이 2024년 9월 23일부터 10월 2일까지 열흘간 피해자 23명에게 받아낸 돈은 총 18억5717만원에 달했다.

"형은 말로 안 하는 스타일"…조직원 위협
A씨가 조직에 합류한 것은 2024년 9월이었다. 지인이 범죄조직에서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도 가입시켜 달라고 부탁한 것이 계기였다.

A씨는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형은 말로 안 하는 스타일", "실수하지 말자" 등의 메시지를 보내며 조직원들을 위협했다. 조직원들은 "예 형님 잘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법정에 출석한 한 조직원은 A씨가 후배 조직원들을 관리했으며 자신이 맥주병으로 맞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자신이 조직원들의 기강을 잡거나 사기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일부 텔레그램 메시지도 다른 조직원이 작성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대화 내역과 공범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A씨가 총책의 지시에 따라 조직원들을 관리했다고 판단했다. 공식적인 관리 직책이 없었더라도 사기 범행에 필요한 역할을 분담했다고 봤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부는 범죄단체가입·활동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판결은 지난달 18일 선고됐다.
A씨는 과거 사기죄 등으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했으며 이번 범행도 누범 기간에 저질렀다.

재판부는 피해자 수와 피해액이 상당하고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으며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보이는 점과 범죄수익 구조상 피해액 전부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 다소 가혹한 점 등을 양형에 반영했다.

[email protected]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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