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관의 비하인드] 도로의 이름, 그 도시의 품격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1791년 합스부르크 제국의 수도 빈에서 서른다섯에 눈을 감았다. 부인 콘스탄체와 두 아들을 남겨둔 채. 남편과 사별하고 어린 두 아들을 키우며 힘겹게 살아가던 콘스탄체에게 새로운 남자가 나타났다. 외교관 게오르크 니콜라우스 폰 니센.
수입이 들쭉날쭉했던 첫번째 남편에 비해 공무원 니센과의 결혼생활은 안정적이었다. 덕분에 모차르트의 두 아들은 잘 성장했다. 카를 모차르트는 재정부에서 이탈리아 통역 담당관으로 일했고, 프란츠 모차르트는 빈에서 음악가로 살며 여러 작품을 남겼다.
니센은 1829년 최초로 모차르트 전기를 출간했다. 니센은 1824년 잘츠부르크에 사는 아마데우스의 누나 난네를을 찾아가 편지, 일기와 같은 1차 자료를 넘겨받은 뒤 부인 콘스탄체의 증언을 바탕으로 전기 집필을 시작해 1000쪽이 넘는 대작을 완성한 것이다.
잘츠부르크는 1948년 중심가에서 벗어난 주택가 도로를 '게오르크니콜라우스폰니센 슈트라세'로 이름 붙였다. 그전까지 이 도로는 사형장과 이어졌다고 해서 토텐베크(Totenweg), 즉 '죽음의 길'로 불렸다. 잘츠부르크는 다시 1969년 이 도로와 연결되는 작은 골목길을 '콘스탄체베버 가세'로 명명했다.
경남 하동군 진교면에 '정동원길'이 있다. TV조선 미스터트롯에서 인기를 끈 열세 살 정동원이 살던 동네길에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이 길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정말,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수 이름을 도로명에 붙일 수 있는 사람은 여섯 사람 정도가 아닐까. 이미자, 패티 김, 나훈아, 남진, 조용필, 산울림. 이미 50년 이상 가수로 활동하며 음악적 성취를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은 결코 생전에 자신의 이름을 딴 도로명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태양의 후예'라는 TV 드라마가 인기를 끈 게 꼭 10년 전이다. 연인으로 나온 송중기와 송혜교는 실제로 드라마가 끝난 뒤 결혼했다. 그 직후 강원도의 어느 자치단체에서 두 사람의 동상을 해변가에 세웠다. 이 앞에서 관광객들이 웃으며 사진을 찍곤 했다. 그런데 얼마 후 두 사람이 이혼하자 이 동상이 우스꽝스러워졌다.
미국 뉴올리언스 공항 이름은 루이암스트롱 공항이다. 영국 리버풀 공항은 존레논 공항이다. 두 사람은 각각 사후에 자신들의 이름이 공항에 붙었다. 미국의 대표적 음악도시가 내슈빌이다. 테네시주 주도인 내슈빌이 곧 돌리파튼 공항으로 간판을 바꿔 단다. 컨트리 가수 돌리 파튼을 기리자는 뜻이다.
내가 운영하는 '지니어스 테이블' 시즌2의 첫번째 주인공이 모차르트다. 얼마 전 모차르트를 강연하며 잘츠부르크의 '니센 도로'에 대해 언급했다. 강연 후 뒤풀이 자리에서 몇몇 회원이 "잘츠부르크 시가 두번째 남편의 이름을 도로명으로 했다는 사실에 감동했다"면서 "잘츠부르크를 가봤지만 그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잘츠부르크 시민의 인문교양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봅니다."
조성관 지니어스 테이블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