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기고] 잠재성장률 높일 인내자본

파이낸셜뉴스
권오남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
권오남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3.7%로 올렸다. 주요 20개국 중 상향 폭이 가장 크다. 그런데 OECD가 추정한 올해 잠재성장률은 1.66%로, 2012년 3.6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단기 성장률은 오르는데 성장의 기초체력은 떨어지고 있다.

이 격차는 과학기술계에 질문을 던진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2024년 기준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다. 그런데 한국은행은 혁신 부족 등으로 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가 낮아진 점을 잠재성장률 하락의 한 원인으로 꼽았다. 연구개발 투자가 생산성 향상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한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문제는 투자 규모만이 아니라 어떤 연구에 어떻게 투자하느냐다.

60년 전에는 달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가 세워진 1966년, 가진 것이 많지 않던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을 선택했다. 앞선 기술을 따라잡던 시기에는 인력과 투자를 늘리는 만큼 성과가 나왔다.

그러나 지금은 같은 방식으로 같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따라잡을 기술이 줄어든 만큼 새 기술을 직접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연구개발비의 78.8%가 민간과 외국 재원이고, 연구 단계로는 개발연구가 66.0%다. 이미 시장이 있는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강한 구조다. 기업은 연구개발비가 언제 얼마나 돌아올지 물어야 한다. 그것이 기업의 책임이다. 바로 그래서 그 질문을 미루고 기다려 주는 재원이 따로 있어야 한다. 아직 시장이 없는 기술과 도전적 연구에 필요한 것이 인내자본이다.

인내자본을 가르는 것은 규모가 아니다. 예측할 수 있고, 연구의 시간에 맞춰 기다리며, 실패한 뒤에도 다시 도전하게 하는 투자다. 올해 정부 연구개발 예산은 35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2024년에는 4조6000억원이 줄었던 예산이다. 이제는 이 예산이 인내자본으로 쓰이는지 물어야 한다.

평가주기가 짧으면 연구자는 빨리 결과가 나오는 주제를 고른다. 평가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평가의 시간표를 연구의 시간표에 맞추자는 것이다. 기초과학 연구에서 장기과제 비중부터 늘려야 한다. 장기과제라고 해서 성과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더 큰 결과를 위해 시간을 더 주는 것이다. 다음 주력산업은 그렇게 기다린 연구에서 나올 수 있다. 그 성과가 대학과 출연연구기관에서 중소·벤처기업으로, 대기업에서 협력기업과 새로운 분야로 퍼질 때 투자는 성장으로 돌아온다. 잠재성장률을 되돌리는 길이기도 하다.

연구비를 예측하려면 정권과 예산의 주기를 넘는 합의가 필요하다. 국회와 정부, 학계와 산업계가 한자리에서 장기투자의 원칙을 정해야 한다. 창립 60주년을 맞은 과총이 할 일이 여기에 있다. 지난 60년 대한민국은 과학기술로 없던 산업을 만들었다. 앞으로 60년에는 과학기술로 다음 세대가 일할 산업을 만들어야 한다.

권오남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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