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사설] 5% 미만 기관 주주 공시없이 연합 허용 우려한다

파이낸셜뉴스

민주당, 자본시장법 개정안 추진
기업 모르게 경영권 침해 여지 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주거복지 특별위원장이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주거복지특별위원회 준비모임'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김 의원은 7일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해도 '5% 대량보유 보고의무'(5%룰)를 면제하는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사진=뉴스1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주거복지 특별위원장이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주거복지특별위원회 준비모임'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김 의원은 7일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해도 '5% 대량보유 보고의무'(5%룰)를 면제하는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해도 '5% 대량보유 보고의무'(5%룰)를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분이 적은 기관들이 연대해 배당 확대·독립이사 선임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해 주주활동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연기금 등의 경영참여에 따른 대응 부담과 함께 경영권 침해 가능성이 커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이런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은 지분율이 5% 미만인 기관이라도 의결권을 함께 행사하면 주식을 공동 보유한 것으로 보고, 5일 안에 주식보유 현황을 공시토록 하고 있다. 개정안은 단순 협의나 의결권 위임은 5% 보고대상에서 제외했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이 연합해 주주제안으로 독립이사나 감사위원을 2명 이하 추천·선임할 경우 경영권 개입으로 보지 않고 5% 보고의무를 면제하도록 했다. 지분이 적은 기관들이 공동으로 움직여 별도의 공시 없이 이사회에 진입할 길을 열어준 셈이다.

재계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기업 경영권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상장협) 등의 지적처럼 '5%룰'은 대량보유자의 목적을 투명하게 알려 투자자와 기업이 경영권 변동에 대비하도록 돕는 핵심장치다. 주주활동을 막는 장치가 아니라 투명하게 공개적으로 하라는 것이다. 이를 완화하면 4.9%씩 가진 두 주주가 보고 없이 9.8%의 의결권을 모을 수 있다. 수면 아래서 손을 잡고 기습적으로 경영권 분쟁을 일으켜도 대응하기 어렵다.

해외 주요국의 제도와도 거리가 있다. 상장협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은 특정인을 임원으로 선임하라는 요구를 경영참여 행위로 본다. 우리는 거꾸로 이사 선임까지 경영참여에서 빼주려 한다. 경영참여로 보는 범위도 한국은 9개 행위로 한정해 일본의 15개보다 좁고, 미국은 목적과 맥락에 따라 폭넓게 판단한다. 미국·일본 등은 의결권을 함께 행사하지 않아도 일정한 공동행동이 있으면 지분을 합산한다. 이렇게 규제를 완화하면 행동주의 펀드 등이 제도의 빈틈을 이용해 경영권을 위협할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감사위원 선임 때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과 맞물리면 문제는 더 커진다. 대형 상장사는 대주주와 별도로 뽑는 감사위원이 2명인데, 지분을 쪼갠 기관들이 보고 없이 힘을 합쳐 이 두 자리를 모두 차지해도 '경영참여'가 아니게 된다. 기업의 경영권과 지배구조 안정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주주활동은 활성화돼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이 시장의 투명성을 가리고 기업의 방어권을 일방적으로 해치는 방향이어서는 안 된다. 국회는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처럼 기업가치를 높이는 공동행동은 열어주되, 이사 선임처럼 지배구조를 바꾸는 경우에는 지금처럼 공개하도록 법안을 손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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