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영어 간판 속 한글은 '작게'…단속은 '현실적 한계'
소상공인 고려해 단속보다 계도 전문가, 한국어 우선 정책 강조
[부산=뉴시스]원동화 기자 = "일본 골목에 온 것 같아서 느낌 있어요. 이런 분위기가 힙하잖아요."
제580돌 한글날을 앞둔 8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의 일명 '젊음의 거리'. 골목에 들어선 카페와 음식점 간판에는 일본 문자와 영문으로 적힌 상호가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숫제 한글 이름이 없는 곳도 있어 외국어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출입문에 붙은 메뉴를 보거나 창문 너머를 들여다봐야 어떤 가게인지 알 수 있었다.
전포카페거리도 비슷했다. 일본 문자로 상호를 내건 음식점 가운데는 한글 표기는 주의 깊게 봐야 보이는 곳도 적지 않았다. 영문 상호 아래 한글을 함께 적은 점포도 있었지만 글씨가 작아 가까이 다가가야 겨우 읽을 수 있었다.
외국어 간판을 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이국적인 분위기라며 즐기는 이들이 있는 반면, 가게 이름이나 업종을 알기 어려워 불편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대학생 이지연(20대·여)씨는 "일본에 가지 않아도 여행 온 것 같아서 사진을 찍고 싶어진다"며 "가게 이름을 정확히 읽지 못해도 온라인을 통해 찾아보고 들어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김무준(20대)씨도 "간판이 영어나 일본어로만 돼 있다고 해서 거부감은 없는 편"이라며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고, 워낙 해외여행이 보편화돼 꼭 한국어 간판이 있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이선우(20대)씨는 "일본어 등 외국어로 돼 있으면 읽을 수 없을뿐더러 뜻을 알 수 없어 무엇을 파는 곳인지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렵다"며 "일본어는 주로 이자카야나 라멘집, 베트남어는 쌀국수집이겠지 생각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현행 규정은 외국 문자로 간판을 표시할 경우 원칙적으로 한글을 함께 쓰도록 하고 있다.
'옥외광고물등의관리와옥외광고산업진흥에관한 법률 시행령' 제12조 제2항에 따르면 광고물 문자는 원칙적으로 한글로 표시해야 하며, 외국 문자로 표시할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한글과 병기해야 한다.
하지만 관할 구청은 상당수 상인이 소상공인인 점 등을 고려해 단속보다는 계도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예를 들어 스타벅스 등 상표권이 등록돼 있으면 한글 병기 대상은 아니지만, 보통 심의할 때 작게라도 한글을 함께 표시해 달라고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어로만 돼 있는 간판은 단속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계도 차원에서 상인들에게 꾸준히 요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글을 함께 적더라도 글씨가 작으면 거리에서 상호를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병기 여부뿐 아니라 가독성도 살펴야 할 부분이다.
김영선 동아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겸 국어문화원장은 한글과 한국어를 우선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었다고 하지만 언어는 주체성을 나타낸다"며 "한글 표기가 1순위가 되고 부가적으로 다른 언어를 표기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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