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확인 않고 '연락됐다'… 제주 경찰관 파면 의결, 지휘책임은 남아
허위종결된 실종자 2명 숨진 채 발견
298건 재점검서 부적정 25건 추가
전국 31만건 재점검·14일 첫 재판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실종자의 생사를 확인하지 않고도 연락이 닿은 것처럼 허위 보고해 사건을 종결한 제주 경찰관에게 최고 수위 징계인 파면이 의결됐다.
9일 제주서부경찰서는 전날 징계위원회를 열고 전 실종수사팀 소속 부모 경장에 대해 파면을 의결했다. 구속 상태인 부 경장은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했으며, 숨진 실종자 유족도 징계위원회에 참석해 의견을 진술했다.
파면은 경찰공무원에게 내려지는 가장 무거운 징계다. 다만 징계위원회 의결과 실제 처분의 효력 발생은 구분해야 한다. 징계 결과가 당사자에게 통보돼야 효력이 발생하며, 부 경장은 처분에 불복할 경우 소청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부 경장은 지난 5월15일 30대 여성 장모씨와 7월2일 60대 남성 박모씨의 실종신고를 처리하면서 당사자와 직접 연락하지 않았는데도 연락이 닿아 안전을 확인한 것처럼 꾸며 사건을 종결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수사 과정에서는 허위 보고가 경찰 내부 전산시스템과 공식 문서에까지 이어진 사실이 확인됐다.
부 경장은 112신고처리시스템과 실종아동 등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실제와 다른 내용을 입력하고, 실종자와 연락한 것처럼 내부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한 혐의를 받는다.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은 실종자의 인적사항과 수색 경과, 발견·종결 여부 등을 관리하는 전산체계다. 실종자의 안전을 확인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면 수색과 관리가 중단될 수 있어 종결 사유의 정확성과 관리자 확인이 중요하다.
그러나 허위 종결된 실종사건의 당사자들은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박씨는 지난 8월22일, 장씨는 같은 달 24일 각각 실종 52일과 104일 만에 발견됐다.
문제는 부적정한 사건 처리가 두 건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주경찰청이 부 경장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처리한 실종사건 298건을 다시 조사한 결과, 기존 두 사건 외에 부적정 처리 의심·확인 사례 25건이 추가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10건은 실종자의 신변을 확인하지 않은 채 소재를 파악한 것처럼 종결한 사례다. 경찰은 해당 실종자들의 신변에는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
나머지 15건은 실종자의 소재가 확인됐지만 전산시스템에 실제와 다른 해제 사유를 입력한 사례다. 일부는 '교통사고 사망'이나 '변사' 등 사실과 다른 사유를 입력해 기록을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존 형사사건 2건을 포함하면 부적정 처리 사례는 모두 27건이다.
경찰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제주지검은 지난 9월18일 부 경장을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직무유기,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상급자의 지휘·감독 부재와 형식적인 실종사건 합동심의 문제를 지적했다.
경찰청은 앞서 전·현직 제주서부경찰서장과 형사과장, 실종수사팀장 등 지휘라인 4명을 대기발령하고 감찰에 착수했다. 관련 상급자와 동료 경찰관 등에 대한 직무유기 혐의 수사도 별도로 진행돼 왔다.
담당 경찰관의 허위 보고를 왜 조직 내부에서 걸러내지 못했는지, 관리자가 사건 종결 과정에서 어떤 확인 의무를 다했는지가 남은 책임 규명의 핵심이다.
제주에서 드러난 실종수사 관리 부실은 전국 경찰의 사건 종결 절차를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 경찰청은 최근 3년간 종결된 실종사건 약 31만건을 오는 11월까지 재점검하기로 했다. 허위 종결이나 부적정 처리가 의심되면 즉시 재수사에 착수하고 시도경찰청에 보고하도록 했다.
실종자의 안전을 전화 등 비대면 방식으로 확인하고 사건을 종결하는 관행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담당 경찰관이 직접 만나기 어려운 경우에는 실종자 소재지 관할 경찰서나 관계기관의 협조를 받아 안전 여부를 확인하도록 절차를 강화한다.
관리자 승인 절차도 보완한다. 형사과장이 실종자 대면 여부와 신원 확인 경위, 안전 확보를 입증할 자료 등을 검토한 뒤 사건 종결을 승인하는 방식이다.
경찰은 실종수사팀의 야간·휴일 근무체계도 개선해 한 사람이 사건 처리와 종결을 전담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관리 공백을 줄일 방침이다.
부 경장에 대한 첫 형사재판은 오는 14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파면 의결로 담당 경찰관의 비위에 대한 징계는 중대한 단계에 들어섰다. 그러나 허위 종결을 막지 못한 지휘라인의 책임과 전국 31만건 재점검 결과는 아직 남아 있다. 실종자의 안전 확인 없이 사건을 끝낼 수 있었던 구조를 실제로 바꾸는지가 이번 사태 이후 경찰이 답해야 할 과제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