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만에 불합격 통보"…이력서 읽는 AI 채용, 차별 잔혹사 되나
미국서 AI 채용 도구 차별성 두고 집단소송…SW 공급사 책임 쟁점 워크데이, AI 채용 솔루션 국내 기업과 도입 논의…편향성 논란 재불붙나 워크데이 "성별·인종 정보 채점 제외…최종 합불 판단은 항상 사람이 내려"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 미국의 흑인 남성 데릭 모블리는 새벽 1시50분에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입사 지원서를 낸 지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때였다. 40대에 불안장애와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밝힌 그는 2017년 이후 100곳 넘는 기업에 지원했지만 모두 떨어졌다. 모블리 측은 이 기업들이 글로벌 인사·재무 소프트웨어 기업 워크데이의 채용 심사 도구를 쓰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모블리는 워크데이의 인공지능(AI) 심사 도구가 인종·나이·장애를 이유로 지원자를 걸러냈다며 2023년 2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심사에 쓰인 인성검사 등에서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있는 지원자가 불리한 평가를 받았다는 주장도 폈다. 기업이 아닌 채용 소프트웨어 공급사를 상대로 한 소송이었다.
법원은 2024년 고의적 차별 주장은 기각했다. 다만 AI 도구가 결과적으로 특정 집단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차별적 영향' 주장은 심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40세 이상 지원자들이 함께 소송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집단소송을 예비 승인했다. 올해 6월에는 워크데이의 기각 신청을 일부만 받아들이고 캘리포니아주 차별금지법 위반 등 핵심 청구를 유지했다. 채용 결정을 직접 내리지 않는 소프트웨어 공급사도 차별 책임을 질 수 있느냐가 쟁점이다.
◆AI가 이력서 읽는 시대…워크데이, AI 채용 솔루션 국내 도입 논의
채용 현장에선 이미 AI가 이력서를 읽고 지원자를 평가한다. 워크데이에 따르면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은 AI 에이전트(비서)를 도입해 채용 절차의 95%를 자동화했다. 국내 채용관리 솔루션 그리팅도 AI 서류평가 기능을 내장했다.
워크데이는 채용 공고부터 지원서 접수, 전형 관리까지 처리하는 '워크데이 리크루팅'에 AI 기능을 더해왔다. 2024년 인수한 '하이어드스코어'는 지원자의 이력과 공고 요건을 비교해 적합도를 등급으로 매긴다. 지난해 인수한 '패러독스'는 대화형 AI로 지원 접수와 면접 일정 조율을 자동 처리한다.
워크데이는 두 솔루션을 앞세워 국내 고객사와 초기 제안 단계의 논의를 하고 있다.
◆"성별·인종·장애 정보, AI 채점에 안 쓴다"…편향 검증 체계 갖춰
국내 도입이 현실화하면 AI 편향과 책임 문제도 따라올 수밖에 없다. 워크데이는 대비책을 갖췄다는 입장이다. 허정열 워크데이코리아 지사장은 8일 뉴시스의 질의에 AI 편향을 검증하는 별도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 지사장에 따르면 워크데이는 국제표준(ISO/IEC 42001) 인증을 받은 '책임 있는 AI' 거버넌스를 운영한다. AI 기획 단계부터 인간의 감독과 편향성, 투명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채용 솔루션 역시 정기적인 편향 테스트를 거친다.
허 지사장은 "성별이나 인종, 장애 등 민감 정보는 AI 채점 모델의 입력값으로 전혀 쓰지 않는다"며 "학력 정보 역시 개인 평가가 아닌 학습 데이터의 편향을 줄이는 용도로만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탈락 사유 설명할 수 있다…채용 결정은 항상 사람이"
탈락한 지원자가 "AI가 왜 나를 걸렀느냐"고 물으면 설명도 가능하다고 했다. 채용담당자는 지원자가 받은 등급의 근거를 경력 연수 충족 여부, 학위 적합성, 보유 기술 매칭, 근무지 적합성 등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허 지사장은 "등급이나 추천 결과에 의문이 제기될 경우, 결과를 재현하고 그 사유를 설명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최종 판단은 사람이 내린다는 점도 강조했다.
허 지사장은 "워크데이 채용 솔루션은 AI가 지원자를 자동으로 진행시키거나 탈락시키는 등 고용 관련 결정을 자동으로 내리지 않도록 설계됐다"며 "AI는 등급이나 추천 정보를 제시할 뿐이며, 실제 채용 의사결정은 항상 채용담당자와 관리자가 내린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연합(EU) AI법 등 주요 규제의 현재 요건에 부합하도록 운영하고 있으며, 고객사가 AI 기능과 데이터 활용을 직접 통제할 수 있는 도구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