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평화 소중히 여기지만 자유 포기 안 해…국방력 강화는 도발 아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10일 국경일 연설에서 대만이 "평화를 소중히 여기지만 자유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만의 국방력 강화는 중국에 대한 도발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 대만 연합보(聯合報) 등에 따르면 라이 총통은 이날 타이베이 총통부 앞 광장에서 열린 건국기념일(쌍십절) 행사에 참석해 "평화는 바람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으며 포용이 침략자가 기세등등해지는 이유가 될 수 없다"며 이같이 연설했다.
라이 총통은 "중국은 지속적인 군사와 회색지대 행동으로 압박을 가하며 대만 해협의 현상을 변경하려 시도하고 있다"며 "대만은 평화를 소중히 여기지만 자유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교류에는 열려 있지만 예속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 2024년 취임 이후 세 번째 쌍십절 연설에 나선 라이 총통은 "대만이 권위주의적 팽창에 맞서는 것은 단순한 생존의 문제가 아닌, 국제사회가 무력이 규칙 위에 군림할 수 없으며, 강대국이 한 국민의 미래 결정권을 박탈할 수 없다고 여전히 믿는지와 직결돼 있다"고 말했다.
라이 총통은 "우리는 지속해서 국방 개혁을 추진하고 비대칭 전력을 강화하며 국방 자주 산업을 발전시켜 반도체, 정보통신 및 정밀 제조업의 우위를 국가를 수호하는 힘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국방 투자 확대는 도발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쟁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며, 자기방어를 강화하는 것은 대화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가 대등하고 존엄한 기초 위에서 진행되도록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이 대화를 통해 경쟁을 관리하고 충돌 및 전쟁의 위험을 낮추는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인도·태평양 지역의 민주 국가들이 힘을 합쳐 역내 평화와 안정이라는 현상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이 총통은 세계 질서가 변화하는 시기 대만은 '산꼭대기의 성'(山巔之城)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산꼭대기의 성'이 "우리가 국가의 미래에 품는 기대이자 대만이 기꺼이 감당하려는 책임"이라며 "세계에 민주주의가 선택의 자유를 가질 뿐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을 돌보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만이 "성문을 세계를 향해 자유롭게 개방해 세상의 빛이 성안으로 비치게 해야 하며 성안의 빛은 혁신, 평등, 선량함으로 세계에 희망을 가져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라이 총통이 언급한 '산꼭대기의 성'은 과거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언급했던 '언덕 위의 도시'(city on the hill)라는 표현을 연상시킨다.
대만은 1911년 우창 봉기를 기점으로 전개된 신해혁명이 시작된 10월 10일을 건국 기념일로 여기고 매년 10월 10일(쌍십절) 관련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대만 야당 정치인들은 라이 총통의 이번 연설이 "화려한 미사여구로 대만이 처한 문제를 덮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쉬위전 국민당 입법원 서기장은 라이 총통이 "성문을 세계를 향해 자유롭게 개방해야 한다"면서도 국내의 다른 의견에는 높은 성벽을 쌓아 올렸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라이 총통이 양안 소통을 회복할 구체적인 경로는 제시하지 않았다며, 중국과의 정치적 입장 차이가 대화를 거부하는 핑계가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황궈창 대만 민중당 주석 역시 라이 총통이 정치적 홍보에만 열을 올릴 뿐, 물가 상승, 양극화, 전통 산업의 곤경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그는 라이 총통이 '산꼭대기의 성'을 목표로 삼으면서 산 아래 사는 사람들의 실제 삶과 고통을 완전히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