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계대출 여력 늘었다…수요는 있지만 '고금리'는 부담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은행권의 정책성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이 이달 들어 소폭 감소하며 올해 남은 기간 대출 여력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부 은행이 여전히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자율 규제를 유지하고 있고, 금리 또한 상승세라 상반기와 같은 폭증세가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주담대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모니터링을 강화 중이다.
정책성대출 제외 가계대출 잔액 감소…4분기 대출 여력 늘어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7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82조 3967억 원으로 지난달 말 대비 1조 5627억 원 늘었다.
같은 기간 주담대는 4560억 원, 신용대출은 2473억 원 는 것을 감안하면 주로 정책성대출 위주로 잔액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주담대, 신용대출 등 잔액이 모두 늘었으나 실제 은행권이 취급할 수 있는 대출 여력은 오히려 늘었다. 지난 7일 기준 정책성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은 650조 9431억 원으로 지난달 말 651조 7012억 원 대비 감소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여력은 연간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에서 제외되는 '정책성대출'을 빼야 확인할 수 있다. 올해의 경우 8.13 부동산 대책으로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가 확대(1.5%→3.0%)되며 5대 은행이 취급할 수 있는 대출 총량도 당초 4조 3400억 원에서 7조 1319억 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말 정책성대출 제외 가계대출 잔액은 644조 9761억 원으로 지난 7일까지 5조 9670원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올해 남은 대출 여력은 1조 1649억 원이다. 총량 목표치가 확대되기 전에는 올해 남은 기간 가계대출 여력 자체가 없었던 셈이지만, 목표치 확대로 연내 추가 대출 여력이 생긴 셈이다.
가계대출 총량 확대에 은행권 자율 규제 속속 해제
가계대출 총량이 전반적으로 확대되며 은행권은 자율 규제를 풀고 있다. SC제일은행, iM뱅크, BNK경남은행 등이 모기지보험(MCI) 취급을 재개한 것이 대표적이다.
MCI는 주담대를 받을 때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으로, 이 보험이 없으면 소액 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받을 수 있어 대출액 한도가 축소된다.
한동안 중단했던 대출모집인 창구도 주요 은행이 다시 열었으며 신한은행은 가계대출을 실행 예정일 최소 30영업일 전에 신청해야 했던 제한을 풀고 주말에도 대출 신청을 받는 중이다.
케이뱅크는 지난 6월 중순 신규 취급을 중단한 마이너스통장 신규 개설을 3개월 반 만인 이달부터 재개했다.
금리 부담은 커져…"상반기와 같은 폭증세 제한"
추가 대출 여력에도 최근 금리 상승 영향으로 소비자가 대출 실행을 미루는 관망세, 부동산 거래량 감소로 상반기와 같은 폭증세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5대 은행 모두가 주담대 모기지보험 가입 제한 조치를 풀고 있지 않아 총한도가 여전히 제한되고, 국민은행은 현재까지 주담대 3억 원 제한 조치를 유지 중이다.
금융권 일각에선 국민은행의 대출 제한 조치가 너무 강하다는 문제의식이 적지 않지만, 지난해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 초과로 한 차례 페널티를 받은 국민은행이 '쏠림 현상'을 감안할 때 자율 규제를 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고정형 주담대 준거금리로 활용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가 치솟은 점도 부담이다. 은행채 금리는 지난달 15일 4.655%까지 올랐는데 이는 2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총량 여력 자체는 커졌으나 상반기 대비 금리가 대폭 상승했고 거래량도 감소 추세"라며 "자율 규제를 해제하는 건 하반기 만기가 돌아와 상환해야 하는 대출 물량이 있고 상반기만큼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가을 이사철 등 계절적 자금 수요는 여전히 남아 있고, 대출 규제로 거래량이 감소하더라도 주택을 사려는 수요 자체가 줄어든 건 아닌 점은 변수다.
금융당국은 이미 주담대 확대 추세가 지속될 수 있는 만큼 금융권에 면밀한 가계대출 모니터링을 주문한 상태다. 7~8월 입주 물량 증가에 따른 잔금대출 실행 확대 영향도 여전히 남아 있다.
국회선 "RWA 강화해야"…주담대 받기 더 어려워질 듯
향후 주담대를 받기는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당장 국회에선 은행의 주담대 쏠림 억제를 위해 자본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동수 정무위원장은 지난 8일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주담대에 의존한 경영으로 은행이 과도한 수익을 누리고 있고, 실제 주택 가격을 상승시키는 주요 원인"이라며 주담대 위험가중치(RWA)를 추가로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RWA를 20%로 올린 것은 너무 좋은 결정이며 더 높이기 위해 고민해달라"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앞서 부동산 부문으로의 자금 쏠림을 완화하기 위해 은행 주담대 RWA 하한을 15%에서 20%로 상향했다.
위험가중치가 높아지면 은행은 같은 규모의 대출을 취급하더라도 더 많은 자본을 확보해야 한다.
은행권 자본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보통주자본을 RWA로 나눠 계산하는데, RWA가 커질수록 건전성 지표가 나빠지기 때문에 대출 규제 성격이 강하다.
이에 대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시장 상황을 보면서 한번 검토해 보겠다"라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