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정년은 60세, 고용은 65세…日이 택한 '정년연장 25년 해법'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경총 '일본 정년연장 사례' 보고서
청년 취업난 고려해 단계적 확대
재고용 임금은 정년 직전의 68%
경총 "일률적 정년연장 신중해야"

경총 제공
경총 제공

[파이낸셜뉴스]일본이 법정 정년을 60세로 유지하면서도 재고용을 통해 65세까지 일할 수 있는 길을 넓힌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취업난과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고려해 단계적 제도 정착에 25년을 투입한 결과다. 국내에서도 정년을 일률적으로 늘리기보다 임금체계 개편과 재고용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업에 '단계적 수용' 시간·기회 제공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일본의 정년연장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경총은 지난 3월 일본 후생노동성과 게이단렌, 현지 기업 등을 방문해 고령자 고용제도의 도입 과정과 운영 실태를 조사했다.

일본은 1998년부터 법정 정년을 60세로 유지하고 있다. 대신 2000년 65세 고용확보 조치를 노력 의무로 도입하고, 2006년부터 의무화 범위를 확대했다. 기업이 재고용·정년연장·정년폐지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초기에는 노사 협의 등을 통해 재고용 대상자를 선별할 수 있도록 했다.

2013년에는 희망자 전원을 대상으로 65세까지 고용확보 조치를 의무화하되 경과조치를 뒀다. 전면 적용은 지난해 이뤄졌다. 고령자 고용확대 목표는 유지하면서도 기업이 제도를 수용할 시간을 확보한 셈이다.

기업 참여율도 높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2024년 조사에서 종업원 21인 이상 기업의 99.9%가 65세 고용확보 조치를 시행했다. 같은 기준 기업의 67.4%, 301인 이상 기업의 79.4%는 재고용 제도를 도입했다.

비용은 노사정이 나눠 부담했다.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의 2010년 조사에서 재고용 근로자 임금은 정년 직전의 평균 68.4%였다. 기업은 임금체계를 개편하고, 정부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고령 근로자에게 고용보험 재원으로 임금을 일부 보전했다.

■연공급 낮추고 직무 재설계…청년 채용도 고려
현지 기업 사례도 주목된다. A기업은 현역 근로자의 연공급(근속연수와 경력이 쌓일수록 임금이 올라가는 임금체계) 상승 폭을 낮추는 대신 성과별 임금 차등을 확대했다. 여기서 마련한 재원을 재고용 인력의 처우 개선에 활용했다. 2023년에는 고숙련 인력을 위한 '시니어 마이스터' 직급도 신설했다.

B기업은 정년 1년 전부터 세 차례 면담을 거쳐 건강 상태와 전문성, 조직의 수요를 확인했다. 이후 관리 책임을 줄이거나 노하우 전수 등 새 역할을 부여하고 성과에 따라 보상을 차등화했다. 단순히 근무 기간을 늘리기보다 직무 자체를 다시 설계한 것이다.

한국도 고령인력 활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향후 10년간 인구구조 변화로 노동공급이 141만명 줄고 국내총생산(GDP)이 3.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경총은 현재 임금 구조에서 일률적인 정년연장이 청년 채용 여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봤다. 근속 30년 이상 근로자의 임금은 근속 1년 미만의 2.95배로 일본(2.27배)보다 격차가 크다. 지난해 20·30대 '쉬었음' 인구도 71만7000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상철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우리 노동시장의 높은 임금 연공성과 고용 경직성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여전한 해결 과제로 남아있는 상태에서 정년만 일률적으로 연장할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청년 고용 위축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일률적인 법정 정년연장 논의에서 벗어나, 일본의 정책 경험처럼 청년 고용과의 충돌을 방지하고 기업의 자율적 선택권을 보장하는 재고용 중심의 유연한 제도 설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김동호 기자


#임금 연계성 #고용 #정년 #재고용 #노동시장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