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초, 9초, 46초면 충분했다!" 아시안게임서 펑펑 울던 19세 괴물, 세계 1위 던져버리고 '세계 챔피언' 등극
나고야 AG 은메달의 눈물, 8일 만에 바쿠에서 '금빛 한판쇼'로 완벽한 복수극
5초·9초·46초! 랭킹 1위마저 추낙엽처럼 굴린 19세 소녀의 소름 돋는 '씨름 DNA'
한국 유도 유일의 金 수확… 프랑스 올림픽 메달리스트 꺾고 LA 올림픽 0순위 예약
[파이낸셜뉴스] 불과 8일 전, 일본 나고야 매트 위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내던 19세 막내의 독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아시안게임 은메달의 뼈아픈 상처를 안고 쉴 틈도 없이 날아간 아제르바이잔 바쿠. 그곳에서 대한민국 유도의 차세대 간판 이현지(19·용인대)가 세계 랭킹 1위부터 올림픽 메달리스트까지 모조리 '초살 한판'으로 패대기치며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우뚝 섰다.
세계랭킹 4위 이현지는 10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바쿠 국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유도연맹(IJF)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78㎏ 이상급 결승에서 프랑스의 베테랑 로만 디코(3위)를 다리대돌리기 절반에 이은 곁누르기 한판으로 완벽하게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현지의 우승으로 한국 유도는 작년 김하윤(안산시청)에 이어 2년 연속 세계선수권 여자 최중량급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날 이현지가 보여준 기량은 그야말로 '괴물' 그 자체였다. 거칠 것이 없었다. 1라운드 모이라 모리요(도미니카공화국)를 경기 시작 단 '5초' 만에 발뒤축후리기 한판으로 끝내버리더니, 2라운드 카렌 레온(베네수엘라)은 '9초' 만에 허리대돌리기 한판으로 돌려세웠다. 8강에서 만난 세계 6위 아시아 타바노(이탈리아) 역시 시작하자마자 가로누르기 한판으로 압살했다.
압권은 세계랭킹 1위 라즈 헤르슈코(이스라엘)와 맞붙은 준결승이었다. 세계 최강자를 상대로 이현지는 단 '46초' 만에 그림 같은 발뒤축후리기 한판승을 꽂아 넣으며 현장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결승 상대 디코는 도쿄와 파리 올림픽에서 모두 동메달을 따낸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었다. 하지만 19세 소녀의 패기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이현지는 시작부터 밭다리걸기로 상대를 몰아붙였고, 굳히기를 방어하다 지도 1개를 받았음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종료 1분 44초를 남기고 전광석화 같은 오른쪽 다리대돌리기로 절반을 따낸 뒤, 맹수처럼 몸에 올라타 곁누르기로 기어코 한판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씨름 선수 출신인 이치훈 제주도씨름협회 전무이사의 딸로 '씨름 DNA'를 물려받은 이현지는 국내 선발전에서 선배 김하윤을 꺾으며 파란을 일으킨 유도계의 최고 보석이다. 지난 2일 나고야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뼈아픈 역습을 당해 은메달에 그치며 펑펑 울었지만, 그녀는 좌절 대신 '세계선수권 직행'이라는 정면 돌파를 택했고, 결국 가장 화려한 금메달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냈다.
한국 유도가 이번 세계선수권 개인전에서 수확한 유일한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한 이현지. 국제유도연맹(IJF)마저 "모든 기술에 온 힘을 쏟아붓는 폭발적인 선수"라며 극찬한 19세의 '최중량급 여제'는 이제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의 가장 유력한 금메달 0순위로 전 세계의 표적이 되었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