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자동차-시승기

"10분 만에 잠든 아이"…벤츠 E300 4매틱, 부드러움의 정석[시승기]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258마력·제로백 6.1초에도 정숙한 주행
48V 전동화·주행보조가 만든 편안함

여주 프리미엄아울렛으로 향하던 길에서 잠시 벗어나 찍은 메르세데스-벤츠 E300 4매틱. 사진=김동호 기자
여주 프리미엄아울렛으로 향하던 길에서 잠시 벗어나 찍은 메르세데스-벤츠 E300 4매틱. 사진=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잠을 부르는 자동차네."
가족과 함께 여주 프리미엄아울렛으로 향하던 길. 뒷좌석에 앉은 초등학교 2학년 막내가 10분 만에 잠들자 보조석에 앉은 아내가 꺼낸 말이다. 첫 차였던 2012년식 말리부와 지금 차인 팰리세이드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5시간 넘는 장거리 운행에도 잠을 못 자고 멀미로 힘들어 하던 아이다. 수입차를 처음 운전한 필자도 메르세데스-벤츠 E300 4매틱(4MATIC)의 정숙성과 부드러움에 놀랐다.

지난 11일 오후 경기 안양에서 여주 프리미엄아울렛으로 향하는 도로는 연휴에도 제법 한산했다. 고속도로에 오른 E300은 "나 잘 달리지?"라고 자랑하는 듯했다.

시내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가속 페달을 밟자 '그르렁' 소리와 함께 차체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러다 고속도로에 진입해 가속 페달을 깊이 밟자 차가 시원하게 앞으로 뻗어나갔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6.1초 만에 도달하는 성능이다.

전기차가 흔해진 요즘, 6.1초는 놀라운 기록이 아니다. 하지만 벤츠의 감성은 달랐다. 뒷목이 헤드레스트에 닿을 만큼 거칠게 튀어나가는 가속이 아니라 시트 전체가 몸을 감싸며 속도를 높이는 느낌이다. 주행 내내 느낀 E300의 '부드러움'과도 맞닿아 있었다.

제동 때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브레이크가 강하게 걸려 차가 턱하고 멈추는 느낌이었다. 차량에 익숙해진 뒤 페달에 발을 살짝 얹는다는 기분으로 제동하자 차는 부드럽게 속도를 줄였다.

주행보조 기능인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에서도 차이는 선명했다. 고속도로에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의 가장 큰 적은 옆 차선에서 끼어드는 차다. 거리가 충분해도 급제동이 걸리면 동승자에게 잔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E300은 급격한 끼어들기가 아니라면 운전자가 예측한 듯 감속했다 다시 가속했다. '이래서 벤츠인가'라는 생각이 처음 든 순간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 E300 4매틱의 실내 모습. 대형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앰비언트 라이트가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사진=김동호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E300 4매틱의 실내 모습. 대형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앰비언트 라이트가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사진=김동호 기자

이 같은 주행 감각의 바탕에는 2.0ℓ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있다. 최고출력 258마력, 최대토크 40.8㎏·m를 내며 통합 스타터 제너레이터가 시동과 재가속을 보조한다. 여기에 9단 자동변속기와 사륜구동 시스템 4매틱이 맞물려 힘을 매끄럽게 전달한다. 강한 가속보다 힘을 쓰는 과정의 부드러움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패밀리카로서의 강점도 뚜렷하다. 휠베이스 2960㎜가 뒷좌석 공간을 확보하고, 차음 유리와 서스펜션은 소음과 충격을 줄이는 데 힘을 보탠다. 트렁크 용량도 540ℓ로 가족 나들이에 필요한 짐을 싣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아이가 잠든 이유를 차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가속과 감속이 반복될 때도 몸을 흔드는 움직임이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했다. 아이에게 "차가 안 움직이는 것 같이 편안해?"라고 묻자 "차는 확실히 움직이는 느낌이 드는데, 흔들림이 적어서 편해"라는 답이 왔다.

E클래스가 한국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2014년부터 2024년까지 11년 연속 국내 수입차 베스트셀링 모델에 올랐고, 지난해에도 수입 내연기관차 판매 1위를 지켰다. 강력한 성능을 과시하기보다 운전자와 동승자가 매일 체감하는 안락함을 놓치지 않은 결과로 읽혔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공조를 비롯한 주요 기능이 디스플레이 중심으로 구성돼 물리 버튼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적응이 필요하다. 복합연비도 11.1㎞/ℓ로 압도적인 경제성을 내세울 정도는 아니다. 다만 이날 계기판에 찍힌 연비는 15.4㎞/ℓ로 경제성도 뽐냈다.

E300의 매력은 운전자를 흥분시키기보다 가족을 편안하게 만드는 데 있었다. 뒷좌석에서 잠든 아이를 깨우지 않고 목적지까지 달리고 싶은 마음. E클래스가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인 이유를 그 짧은 낮잠이 설명하는 듯했다.

[email protected]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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