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끌어와도… 시장은 '시큰둥' [트럼프-푸틴 '경유딜']
WTI·브렌트유 선물 상승 마감
전문가 "기존 공급망 바꿔치기"
미국과 러시아가 경유 공급 확대에 합의한 가운데 이번 합의가 국제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물량이 시세를 의미 있게 바꿀 만큼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는 러시아 경유 공급 확대 및 중동 긴장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소폭 올랐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나스닥 종합지수는 각각 전장 대비 0.83%, 0.59%, 0.64% 상승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 경유에 대한 제재를 일시 중단한다며 러시아가 미국 및 국제 시장에 경유를 공급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트럼프는 11월 3일 중간선거 전까지 이란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원유 가격은 미국·러시아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미국 멕시코만의 생산차질 문제로 인해 오름세를 보였다. 이날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과 브렌트유 12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각각 0.39%, 0.42% 오른 배럴당 91.85달러, 104.72달러로 마감했다.
원유 시장은 경유 공급 확대 발표에 시큰둥한 모습을 보였다. 경유 시장은 중동이 석권한 원유 시장보다는 미국과 러시아 등 정제시설을 갖춘 국가들이 주도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의 경유 수출량은 일평균 126만배럴로, 전 세계 수출물량의 15.4%를 차지해 세계 1위였다. 2위는 78만배럴을 수출하는 러시아였으며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한국 순서였다.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인 에너지정책연구재단(EPRINC)의 마이클 린치 석좌연구원은 AP통신을 통해 "러시아에서 경유를 공급받는다면, 기본적으로 러시아의 기존 고객들이 그 물량을 받지 못하게 되고 다른 곳에서 경유를 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면 가격은 사실상 지금 수준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10일 기준 미국 평균 경유 소매가격은 갤런(3.78L)당 6.28달러로 1년 전(3.67달러)에 비해 2배 가까이 뛰었다.
미국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의 대니얼 스터노프 선임연구원은 "경유 같은 정제 석유제품의 공급량은 여전히 전쟁 전 수준의 절반을 겨우 넘는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가 세계 시장에 경유를 조금 더 공급하더라도 가격 상승 압력을 다소 완화할 수는 있겠지만, 가격을 크게 낮추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종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