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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정보 홍수 시대의 3가지 함정

파이낸셜뉴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요즘 집을 사려는 사람은 정보가 부족해서 고민하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많아 처리하지 못해 걱정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스마트폰 화면 위로 실거래가와 호가가 쏟아진다. 거래량, 금리, 대출규제, 전세가율까지 몇 번의 터치만으로 온갖 데이터가 손에 들어온다. 인공지능(AI)에 시장 전망을 물어보면 분석 리포트가 단 몇 분 만에 뚝딱 만들어진다. 정보만 놓고 보면 과거 어느 때보다 똑똑하고 합리적으로 집을 살 수 있는 시대다. 그런데 이상하다. 정보는 폭발적으로 늘었는데 판단력은 좋아지지 않는다.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이 겪는 대표적인 심리적 함정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현저성 편향'이다. 사람은 냉철하고 객관적인 중요정보보다 눈에 확 띄는 자극적인 정보에 먼저 반응하기 마련이다. 어떤 아파트 단지에서 20억원 신고가가 터져 나왔다는 소식은 SNS를 타고 순식간에 퍼진다. 반면 같은 날 그 단지 인근에서 조용히 거래된 평범한 거래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다. 마치 신고가 한 건만 보면 큰 상승장으로 접어든 것처럼 착시를 유발하기 쉽다.

두 번째 함정은 '확증 편향'이다. 집을 사고 싶어하는 사람은 시장에서 오직 상승할 근거만 골라 담는다. 반대로 집을 팔고 싶거나 불안에 떨고 있는 사람은 하락할 근거만 현미경처럼 들여다본다. 정보가 방대해질수록 인간은 자신의 기존 생각과 일치하는 자료를 입맛대로 골라내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많은 정보가 오히려 균형 잡힌 시야를 흐려 제대로 된 판단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세 번째 함정은 '행동적 부주의'다. 부주의는 무지가 아니다. 정보가 없어서가 아니라 주의력이라는 자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은 모든 정보를 공평하고 똑같이 처리하지 않는다. 클릭 한 번이면 3초 만에 확인할 수 있는 자극적인 뉴스에는 주의력을 쏟아붓는다. 하지만 머리를 써야 하는 복잡한 정보는 가차 없이 지나친다.

그렇다면 이런 심리적 편향을 어떻게 돌파해야 할까. 안타깝게도 편향은 '앞으로 더 합리적으로 생각해야지'라는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절대 극복되지 않는다. 편향이 끼어들 틈을 차단하는 게 좋다.

가장 실효성 있는 도구가 바로 '반대 증거 규칙'이다.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하고 계약서를 쓰기 전, 반드시 백지에 '이 집을 절대로 사지 말아야 할 이유 세 가지'를 냉정하게 적어보는 것이다. 또 충동적으로 서명하기보다 어느 정도 시간을 두는 것도 심리적 편향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조바심은 오판을 낳고, 서두름은 언제나 비싼 대가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집주인 같은 이해당사자보다 제3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도 해답 찾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제 진정한 경쟁력은 정보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아니다. 정보의 과잉은 통찰이 아니라 '판단의 마비'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수많은 잡음 속에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지 고르는 선택의 능력'이 더 필요하다. 정보 편향을 스스로 극복하고 여러 변수를 종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판단력이 중요한 시대라는 얘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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