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視角] ‘나홀로 탱고’ 추는 통일부
북한의 지뢰 도발 이후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대북 독자제재를 반대한 정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지뢰공격으로 단정하지 못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국방부와 유엔군사령부가 명백한 북한의 도발로 최종 발표한 것과 다른 입장이어서 파장이 컸다.
북한은 정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을 곧바로 인용해 자신들의 정당함을 주장하고 있다.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뿐만 아니라 주유엔 북한대사까지 정 장관의 발언을 소위 '악용'했다. 정 장관이 북한의 지뢰공격이 아니라고 자백했다는 것이다. 정 장관이 북한에 빌미를 제공한 꼴이 됐다.
정 장관은 취임 직후 북한 선전지 노동신문을 개방했고, 다른 북한 매체들의 개방도 확대 중이다. 하지만 지뢰폭발 사고 이후 북한 매체들이 쏟아내는 우리 정부를 향한 조롱과 비난은 이미 우리 국민들이 감당할 수용의 선을 한참 넘고 있다.
일각에선 통일부 무용론과 해체론까지 나오고 있다. 탈북자 출신 야당 의원은 국감 도중 정 장관을 향해 '북한 대변인'으로 부르겠다며 공개적으로 반발하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 장관의 고집스러운 대북정책으로 인해 이재명 정부의 원팀에도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단순한 의견 차이를 넘어 불신의 씨앗이 되고 있다. 지뢰 폭발사고 이후 3주가 다 됐지만 대북 상응조치를 두고 부처 간 조율된 입장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정 장관의 결사 반대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국방부는 주저하고 있고, 외교부는 대북 사이버 제재에 대한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 대북 상응조치의 실효성을 따져보고, 부처 간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다.
단호한 대응을 기대했던 국민들의 실망감은 클 수밖에 없다. 안보를 중요시하는 중장년 층의 눈높이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불안한 안보정책은 이재명 정부 지지율을 깎아 먹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해왔던 핵심 지지층조차 무기력한 대북정책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 장관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지만, 내심 '엑스맨'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즐기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보수 야권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리스크인 대북송금 재판을 물타기하기 위해 남북 대화에 매달리고 있다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오고 있다.
이재명 정부 대북정책의 선의를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북한은 선의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정 장관은 노무현 정부 때도 이미 통일부 장관직을 맡았다. 그런데 지금의 북한은 그때와 다르다. 북한은 이미 최대 100여개의 핵무기를 가졌고, 비공식 핵보유국의 지위를 사실상 달성했다. 그리고 한국과 헤어질 결심을 단단히 했다. 국경을 요새화하고 지뢰를 심고 우리 정부와 대화를 단절했다. 한국을 영원한 적대국으로 규정했다.
그럼에도 정 장관은 북한에 93억원의 의료기기 무상지원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뺨 맞기 전에 선물을 준비하고 있던 셈이다. 오히려 북한은 통일부가 추진한 대북 무상 의료기기 지원을 정치공작이라고 치부하면서 단칼에 거부했다.
조셉 윤 전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지난해 퇴임을 앞두고 남북관계에 대해 "탱고는 혼자 출 수 없다"고 직언한 바 있다. 그런데 정 장관은 남북 관계에서 혼자서 탱고를 추고 있다. 국민감정을 저버린 채 북한의 온갖 조롱을 받고도 북미, 남북대화에 대한 자신의 완고한 신념을 꺾지 않고 있다.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미 정상회담에 여지를 남기는 것은 마지막 남은 체제보장 사인을 받아내려는 속셈일 뿐이다.
평양과 서울을 오갔던 무인기와 오물풍선으로 촉발된 첨예한 남북갈등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아직 충분한 냉각 시간이 필요하다. 어쩌면 그 시간이 생각보다 더 길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