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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3만 가구 발목 잡은 ‘네탓 공방’

파이낸셜뉴스
최아영 건설부동산부
최아영 건설부동산부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겠다던 정부와 서울시가 정작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도심복합사업)의 지연 책임을 놓고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시가 결정할 문제라고 하고, 서울시는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발표한 탓이라고 반박한다.

현재 불광근린공원과 약수역, 상봉터미널 등 6개 지구 1만1768가구 규모의 사전기획 협의가 약 5개월째 지연되고 있다. 후속 대기 중인 11개 지구까지 합하면 17개 지구 3만1310가구가 영향을 받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사업 지연의 원인이 공급 확대를 위한 규제완화 정책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9·7 대책에서 도심복합사업 용적률을 최대 1.4배까지 완화하기로 했다. 올해 4월 시행령과 5월 업무처리지침도 개정했다. 속도를 높이려고 규제를 풀었지만 정작 적용기준을 놓고 발목이 잡힌 것이다.

국토부는 구체적인 용적률 완화 범위를 서울시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서울시는 기존 기준에 따른 사전기획 협의와 통합심의 자문을 마쳤지만, 국토부가 추가 완화 방침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며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의 우려도 일리는 있다. 기반시설이 부족한 곳에 높은 용적률을 적용했다가 사업계획 승인 과정에서 재설계가 필요해지면 더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정부가 도심복합사업의 속도전을 강조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김윤덕 전 국토부 장관은 올해 8월에는 신길2 사업지를 찾아 차질 없는 착공을 주문했다. 홍지선 현 국토부 장관도 지난 9월 인사청문회에서 사업 정체 원인을 파악하겠다고 했으며, 최근 서울시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그사이 국토부는 지난달 30일 서울 11곳 약 1만8000가구를 신규 후보지로 발표했다. 기존 사업지의 행정 병목도 해소하지 못한 채 신규 후보지만 늘리는 셈이다.

사업이 늦어질수록 주민 부담도 커진다. 착공이 밀리는 사이 공사비가 오르고 금융비용까지 늘어나면 추가 부담금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도심복합사업은 민간 정비사업보다 빠른 주택 공급을 내세워 도입한 제도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정작 행정기관 간 협의가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토부와 서울시가 서로의 책임을 설명하는 사이에도 시간은 흐른다. 주택 공급은 발표로 이뤄지지 않는다. '네 탓'을 따지는 데 쏟는 시간부터 줄이는 것이 도심복합사업 속도전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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