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EU 하이브리드車 쿼터제 합의…무역 확전 피했지만 갈등 잠복
(서울=뉴스1) 정은지 기자 = 유럽연합(EU)이 중국산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유럽 수출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중국도 사실상 이에 동의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EU 간 전면적 무역분쟁을 피하고 갈등 관리를 위한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과 함께 근본적 해결이 아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中, 하이브리드차 EU 수출량 제한키로…EU "4년간 절반 감소"
FT는 이번 합의 내용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EU 회원국들이 승인할 경우 무역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할 방침"이라며 "중국이 해당 조치에 따라 합의된 (하이브리드 차량) 수출 할당량을 수용하면서도 EU 수입품에 별도의 보복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이프가드는 시장 교란이나 불공정 행위가 있었다는 증거 없이 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 조치로, 이를 발동할 경우 중국은 정해진 수량의 차량만 수출할 수 있고 해당 수량을 넘으면 추가 관세가 부과된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은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합의 내용을 발표하면서 "중국이 양측의 '이해'에 따라 하이브리드차 수출을 제한하기로 했다"며 "향후 4년간 중국산 하이브리드차의 EU 수입량이 기존 예상치인 절반 이상인 수백만 대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8~9일 중국 베이징에서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제2차 중-EU무역투자협의회'를 공동 주재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해 EU의 중국산 하이브리드 차량 수입 규모는 약 80만 대로 작년의 30만 대에서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FT는 중-EU 협상에 앞선 보도에서 중국이 하이브리드차의 EU 시장 점유율을 현재 3분의 1에서 약 15%로 낮추겠다는 자발적 수출 제한안을 거부했다며 "이에 따라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이 세이프가드 조치를 토대로 합의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EU 관계자는 "이번 합의로 내년 EU의 중국산 차량 수입은 약 50만~70만 대 감소하고, 이에 따른 EU의 예상 무역 적자도 100억~140억 유로 줄 것"이라며 "2027년 연간 수입 쿼터는 약 35만 대로 설정되며, 이후 3년간 매년 6%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中 '쿼터제' 공식 언급 없어…EU, 대중 압박 지속 목소리도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과 EU는 이번 협의를 통해 무역 및 투자 균형, 수출 통제, 지식재산권, 세계무역기구(WTO) 개혁 등 4개 분야에서 16개 항목의 공동 인식을 도출했다.
여기에는 WTO 규칙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 무역 문제를 처리하고 중국산 전기차의 반보조금 조사 등에 대해 가격 약정 등의 협의를 지속하기로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중국 측 발표에 '쿼터제' 도입 등과 같은 내용이 빠졌고, 중국과 EU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를 이행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양측 간 이번 합의가 일시적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는 "무역 긴장을 완화하는 모든 진전에 환영한다"면서도 "이번 합의에 대한 최종 평가는 세부 사항, 합의 조건,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상세히 확인된 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EU가 이번 협상을 통해 무역전쟁이 확산하는 것은 막고 갈등 관리를 위한 여건을 조성했으나 근본적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까지는 미치지 못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저우미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 연구원은 중국 펑파이신문에 "EU는 최근 몇 년간 에너지 비용 상승, 복잡한 경제·사회 문제, 경제 성장 약화 문제에 직면했고, 미국과의 무역협정에서 더 많이 양보함으로써 EU 자체의 경쟁력에 영향을 받았다"며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EU는 더 개방적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FT는 "다음 주 개최 예정인 EU 정상회의에서 이번 한 분야의 합의를 근거로 중국에 대한 압박을 완화한다면 현명하지 못한 판단이 될 것"이라며 여전히 화학, 기계 등 분야에서 중국과 EU 간 갈등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정책센터(EPC)의 이안 에르난데스 정책분석가는 "지금까지 발표된 어떤 조치도 근본적 불균형을 바꾸지 못한다"며 "EU가 이번 유예 기간을 활용해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이번 합의는 베이징의 전술적 승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국과 EU는 내년 1월 장관급 화상회의를 개최한 뒤 3월 제3차 무역투자협의회를 열어 후속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