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일 칼럼] 대통령의 리더십 재정비할 때
3배 이상 폭증한 '엑스' 게시글
감정 치우쳐 객관성 잃을 수도
반대 의견에 일일이 재반박
국정동력 상실될까 우려
메시지 횟수 줄이고 '정제'해야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한 달간 120~130여건의 엑스(X·옛 트위터) 게시글을 올렸다. 취임 초 매달 30~40건이던 게시글이 3배 이상 폭증한 것이다. 특히 심야에도 많은 글을 올린다. 이 대통령은 언론이나 야당의 비판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선다. 하지만 특히 공을 들이는 것은 검찰개혁, 중수청장 인선 등에 대한 여권 내부 비판을 반박하는 글이다. 대통령의 소통행보 자체를 비판할 일은 아니다. "국민과의 직접 소통"이라는 측면도 있다. 문제는 부작용이 더 크다는 데 있다.
밤에 쓰는 연애편지처럼 심야 SNS는 감성과잉, 이성적 객관화 부족 등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크고 작은 사안을 놓고 비판자들과 일일이 대거리하는 일이 국정운영 차원에서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인선이 대표적이다. 추미애 경기지사, 김용민·박은정 의원 등과 대통령이 '맞짱' 뜨듯 반박과 재반박을 이어간다. 대통령은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이다. 그들과 일대일로 상대할 체급인지, 숱한 현안 대신 '친윤 검사' 감별에 몰두할 일인지 의구심이 든다.
더 큰 문제는 일개 도지사·의원 등이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공개적인 도전을 서슴지 않는 현상이다. 거듭된 대통령의 설득에도 승복하는 기색은 찾아볼 수 없다. 대통령의 말에 힘이 실리지 않고, 속된 표현으로 '씨알이 먹히지 않는' 상황이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이런 현상을 우리는 '레임덕'이라 부른다. 비슷한 조짐은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의 최대 관심은 국정운영이 아닌 다른 곳에 있어 보인다.
김 대표의 수첩에서 '이진숙·한동훈 아웃'이라는 문구가 찍힌 날짜는 지난달 9일이다. 약 3주 뒤인 지난 1일에는 김 대표 수첩에서 '한동훈 파일'이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트잇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 과정에서 한동훈 의원과 직접 설전을 벌였다. 집권여당 대표로서 무소속인 한 의원의 체급만 키운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 의원 견제에 집착하는 모습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김 대표와 한 의원은 차기 대선주자 1, 2위를 다투고 있다. 차기 경쟁을 의식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 임기가 절반도 지나기 전 차기 경쟁이 시작되는 이런 현상도 우리가 레임덕이라고 부른다.
한국갤럽이 지난 6~8일 실시한 여론조사(9일 발표) 결과 민주당 지지도는 35%로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였다. 3주 전 조사보다 5%p 하락했다. 이 대통령 국정지지율도 직전 조사에 이어 최저치인 37%를 기록했다. 존재가 미미한 야당을 감안할 때 지지율 하락은 여권 내부의 문제 때문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른바 검찰개혁을 둘러싼 여권 내 끝없는 갈등과 "농지조사부터 부동산 대책까지 너무 많은 과제를 벌여놓기만 하다 보니 국민의 피로감이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 긍정평가 요인이던 외교·안보 난맥상도 심각하다. 북한 소행으로 확정된 비무장지대 지뢰폭발 사건에 대한 '상응한 조치'는 오리무중, 국방부·외교부·통일부 등 정부 내 이견만 노출하고 있다. 이 와중에 통일부는 북한 의료장비 지원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정책을 내놓아 '광대극'이라는 김여정의 조롱 대상만 되고 있다. 국민의 자존심이 구겨진 상황에서 대통령의 국정수행 동력이 생길 리가 없다. 한미 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도 드러나고 있다.
김 대표는 공개회의 메시지 발언을 줄이고 당 공식 유튜브 출연도 점차 줄여나가는 등 리더십 재정비에 나선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여권은 이 대통령의 리더십 재정비를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한다. 출발은 메시지 횟수부터 줄여나가야 한다. 특히 심야 SNS를 줄이도록 참모들이 적극적으로 만류해야 한다. 단순한 '품위' 차원이 아니다. 심야의 메시지에는 혼자만의 몰입 상황에서 과격하거나 감성적인 표현이 등장하기 쉽다. 이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어려울수록, 왜곡된 공격이 심할수록 더욱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 국민들께 기대야 한다"는 말로 현재의 스탠스를 유지하려는 의사를 비쳤다.
국가원수의 메시지는 감정이 고조된 밤의 독단을 피하고, 참모들과 함께 낮의 이성으로 충분히 정제한 후 세상에 내놓아야 한다. 왜 대통령의 말이 같은 편에도 먹히지 않는지, 때 이른 레임덕 조짐이 발생한 원인이 무엇인지 잠시 멈추어 돌아보아야 한다. 개인들과 일일이 대거리하는 것은 격의 없는 소통이 아니라 국정동력을 떨어뜨리고 레임덕을 자초하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그 정도 조언도 할 수 없는 참모들이라면 존재가치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 국정을 추스르는 것은 그다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