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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빈 배로 돌아온 북극항로 시범운항, 사업성이 과제

파이낸셜뉴스

수에즈 운하 항로보다 열흘 단축
화물 안정적 확보로 수지 맞춰야

국내 컨테이너선 최초로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나섰던 '팬스타 아크로(PANSTAR ACRP)호'가 11일 부산항 자성대부두에 입항해 있다./사진=뉴스1
국내 컨테이너선 최초로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나섰던 '팬스타 아크로(PANSTAR ACRP)호'가 11일 부산항 자성대부두에 입항해 있다./사진=뉴스1

국적 선사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가 50일간의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11일 부산항으로 돌아왔다. 이번 운항으로 유럽 항로의 운항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지만 빈 컨테이너만 싣고 귀항한 만큼 상업성 검증은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정부와 업계는 이번 운항에서 확보한 시간과 비용 등 각종 자료를 분석해 2030년 정기항로 개설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북극항로 시범운항은 그동안 몇 차례 있었지만 해운 물류의 핵심인 컨테이너선의 왕복운항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8월 22일 컨테이너 737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싣고 출항한 '팬스타 아크로호'는 영국 펠릭스토와 네덜란드 로테르담, 폴란드 그단스크에 차례로 기항한 뒤 50일 만에 돌아왔다. 부산~로테르담 구간의 편도 소요기간은 약 22일로, 수에즈운하 경유 노선보다 항해시간을 열흘가량 줄였다. 정기항로 개설을 위한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운항은 중동 정세불안으로 기존 해상 물류망의 취약성이 드러나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중동 분쟁이 격화하면 주요 해상 운송로가 위협받으면서 물류비용과 운송지연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북극항로는 특정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을 분산하고 운송 시간과 비용을 줄일 대안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넘어야 할 현실적 장벽도 만만치 않다. 북극 해역은 결빙과 해빙에 따른 계절적 운항 제약이 크고 러시아의 통항허가와 쇄빙 지원에 의존해야 하는 외교적 부담도 있다. 제재에 따른 금융·보험·결제상의 불확실성도 무시할 수 없다. 항만 인프라와 안전운항 체계를 갖추고 쇄빙선과 내빙선을 충분히 확보하는 일도 과제다.

이번 운항은 상업성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숙제도 남겼다. 애초 계획과 달리 귀항 때 수입화물을 확보하지 못해 빈 컨테이너만 싣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컨테이너선은 왕복운항 과정에서 안정적으로 화물을 확보해야 수지를 맞출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시범운항에서 확보한 실제 데이터를 토대로 운항시간뿐 아니라 운임과 연료비, 보험료 등 각종 비용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민간 선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마련해야 2030년 정기항로 개설과 2035년 대형 컨테이너선 투입도 계획대로 실현할 수 있다.

북극항로 개척은 경제성뿐 아니라 외교·안보와 해운·항만, 산업·과학기술 등 여러 분야의 과제를 함께 풀어야 하는 국가적 사업이다. 개별 부처의 대응을 넘어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이유다. 중국 등 경쟁국들은 이미 북극항로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렇다고 성과를 내는 데 치중해 너무 서둘러서는 안 된다. 철저한 데이터 분석과 정교한 외교·안보 전략을 바탕으로 상업성과 안전성을 확보해야 북극항로를 지속 가능한 국가 물류축으로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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