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視角] 美 압박에 속수무책인 이란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동으로 이란을 공습하면서 시작된 전쟁 이후 세계의 주목은 호르무즈해협으로 향했다.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을 이란이 장악하려 하자 중동 원유 수출국들은 대체수송로를 물색했고, 규모가 이전만은 못하지만 미국 해군의 유조선 호송으로 원유가 이곳을 통과하고 있다. 해양정보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오만 인근 해상에서 환적도 증가하면서 지난달 일평균 원유 약 650만배럴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했다.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문제는 미국·이란 협상의 주요 이슈로, 두 나라는 이곳을 놓고 레버리지(지렛대) 경쟁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당시 호르무즈해협을 7일 안에 재개방하자는 이란의 제안을 거부하면서 중동 언론들은 이란이 가장 강력한 협상 카드를 잃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걸프만의 전략적 수로 재개방과 호전적 행위 중단을 시작으로 협상 재개로 이어지기를 원했다. 그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이란 항만 봉쇄 중단과 동결자산 해제, 석유 수출에 대한 제재 면제를 기대했다. 송유관과 홍해, 그리고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걸프 산유국들의 원유 수출이 증가할수록 이란은 불리해졌다. 이것은 최근 이란이 다시 유조선에 대한 공격을 늘리는 것에서 나타나고 있다.
모센 라자에이 이란 최고안보관리는 경제가 역사상 가장 힘든 시기를 맞고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에만 물가가 90% 오른 이란은 경제가 -5.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의 간호사와 교사, 공무원, 민간기업 직원들은 현재의 수입으로는 유지하기 힘들다며 직장을 그만두고 있다. 퇴직 공무원들은 연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 재정의 3분의 1을 석유 수출에서 얻는 이란은 실업자 증가에 물가 급등, 리알화 폭락, 연료 부족으로 고전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일간지 더내셔널은 이란이 하루에 휘발유 1000만L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미국달러 대비 리알화 가치는 이달 첫 주 268만8000리알로 더 추락했다. 그만큼 호르무즈해협 재개방을 대미 요구조건에 반드시 넣어야 하는 다급해진 처지다.
이란의 원유 수출은 미 해군의 봉쇄로 거의 전무한 수준으로 줄었으며 지난 4일 모센 파크네자드 이란 석유장관이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케플러에 따르면 지난달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처음으로 수출용 석유를 선적하지 못했다. 지난 7월 미국의 이란 봉쇄 개시 이전에 여러 유조선에 실어놓은 원유 약 9000만배럴 판매를 통해 수익을 거두고 있으나 이것도 이달 중에 바닥날 것으로 케플러는 전망하고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재개방과 일부 제재의 완화가 수용되면 여기에 상응해서 핵협상을 재개하고 동결된 자국의 자산 해제, 미국의 해상봉쇄 중단을 포함하는 지난 6월의 양해각서(MOU)로의 복귀를 원하고 있다. 이란은 전략적 수로를 통해 무역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은 지난 몇개월 동안 선박에 대한 호위와 대체수로 유도 등을 통해 제안을 거부할 여유를 갖고 있는 듯하다. 미국이 이란만큼 호르무즈해협 재개방이 다급하지 않다는 것을 중동 매체들도 인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경제전쟁을 가속화하겠다는 태세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중동산 원유량이 많이 회복된 것은 이란이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영국 버밍엄대학교의 걸프 안보전문가 우머 카림은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수송되는 다른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가 증가할수록 이란의 협상력은 더 약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란은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소속된 공화당이 패하기를 기대하고 있으나 중동 국가의 관리들은 이럴 경우 오히려 미국이 군사력을 다시 동원하면서 이란이 원하는 조건이 수용되는 협상 타결은 더 힘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email protected] 윤재준 국제부 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