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반도체 초호황 '착시'… 취약업종 금융 부실 위험 커진다

박문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건설·부동산·도소매업 대출 쏠림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땐 연체율↑
금융시장 전반 안정성 훼손 우려
단순 금융지원 '연명수단' 전락
생산적 금융 구조 개선 지적도

반도체 초호황 '착시'… 취약업종 금융 부실 위험 커진다

반도체 기업의 초호황에 힘입어 국내 주요 기업들의 수익성 지표가 대폭 개선됐지만 취약업종의 금융부실 위험을 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건설·부동산·도소매업 등의 금융부실이 커지고 있는 만큼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 전환에 박차를 가할 수록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미래 전략산업이 아닌 업종은 자금이 마르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기 46% "번 돈으로 이자도 못내"

12일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성장 양극화의 그늘, 취약업종 기업대출 리스크'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평균 부채상환능력도 나아졌다. 수치상으로 기업 전반의 금융부실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기업 전체의 매출액증가율은 지난 2025년 2.7%에서 2026년 1·4분기 19.6%로 급증했다. 매출액영업이익률도 같은 기간 7.3%에서 18.0%로 불었다.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평균 이자보상배율도 같은 기간 5.2배에서 13.6배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하지만 이러한 실적 호조는 반도체와 AI 관련 업종, 운송장비 및 전기전자 업종 등 일부 호황 산업에 집중된 결과다. 업종 간 및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는지속적으로 심화되는 양상이다.

대기업 중심의 실적 개선 뒤편에서는 중소기업의 적자가 지속되며 기업 규모별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영업이익으로 총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 비중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존 34.2%에서 46.3%로 상승했다.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금융지원 조치 등으로 2022년 최저치를 기록했던 국내은행의 부실여신(고정이하여신) 비율이 업황 부진, 시장금리 및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다시 증가세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에 따른 취약업종(최근 10년간 성장성·수익성 평균치가 1표준편차 이상 하회하거나 업황 부진이 3년 이상 지속돼 만성화된 업종)들의 실적 부진은 단기 경기 변동이 아닌 구조적 요인에 기인하고 있다. 특히 건설·부동산업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부실로 인한 악성 미분양 증가와 공사비 급등으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도소매업 역시 유통 채널의 온라인화와 고금리, 고환율 여파에 따른 내수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부동산·도소매 대출 쏠림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금융권 자금은 저부가가치·저생산성 업종에 여전히 묶여 있는 실정이다. 다만 보고서는 건설업과 금속제품업이 전체 금융권 기업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4.6%, 4.1%에 불과해 금융기관 건전성으로 번질 위험은 낮다고 분석했다. 불황이 깊은 석유화학도 2.9%에 불과했다.

하지만 부동산업(36.5%)과 도소매업(23.9%)은 금융권 전체 기업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합산 60%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특히 이들 업종은 대출금리가 높은 비은행권 대출 및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높아 향후 고물가·고금리 충격이 장기화될 경우 연체율 상승과 부실 심화가 일부 비은행권의 신용리스크 및 금융시장 전반의 안정성 훼손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보고서는 그동안 추진된 생산적 금융 정책에도 불구하고 민간 금융기관의 신용공급이 건설·부동산업 및 도소매업 등 저생산성 부문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자원배분 구조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의 역설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관심을 갖는 이른바 ABCDE산업, AI, 바이오, 방산 등에는 자금이 넘치는데 거꾸로 뷰티나 소매업 등에는 자금이 마르고 있다"고 전했다.

단순한 금융지원이나 자금 만기 연장 등은 한계기업의 연명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어 엄정한 기업평가시스템을 전제로 한 체질 개선과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취약업종의 실적 부진이 연쇄적으로 동종 기업의 채무상환능력 저하, 연체 및 부실 증가, 금융기관 리스크 전이로 연결돼 금융시장 전반의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전히 비생산적인 영역에 자금이 상당부분 묶여있고 이같은 상황이 금융기관 건전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결국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가야하는데, 현재 채권자 중심의 구조조정으로는 한계가 있고 채무자가 의견을 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mail protected]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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