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美보다 먼저 금리 높여 시간 벌어…환율 안정에 큰 역할"(종합2보)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보다 먼저 기준금리를 인상해 시간을 벌었고, 지난 7월과 8월 두 차례 연속 인상이 환율 안정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대응은 미흡했다고 인정하며 국민에게 송구하다는 뜻을 밝혔다.
향후 물가 상승률 전망에 대해선 상당 기간 목표치인 2%를 웃돌 것으로 예상하면서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할 때 물가 흐름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경제성장률을 0.5%포인트(p), 물가 상승률을 0.06%p 각각 높일 것으로 추산했다.
신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통화정책 운용과 정부의 확장재정, 금융시장 현안 등에 관한 의원들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연속 금리 인상, 환율 안정에 큰 역할…추가 판단엔 물가 흐름 중시
신 총재는 지난 7월과 8월 연속 금리 인상이 환율 안정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면서 원화 가치 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하락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해외 금융기관 연구를 보면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가 원화의 가치를 계속 올릴 거라는 전망이 있다"며 "환율이 내려가면 수입물가가 그만큼 더 하락하고, 내수에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통화정책 사전 안내(포워드 가이던스)의 부작용을 지적한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는 선제적인 금리 인상의 효과를 강조했다.
신 총재는 "8월 금리를 올림으로써 9월 연준의 인상보다도 선제적으로 움직여 시간을 벌었다"며 "시장에 쫓겨 나중에 방어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상황보다는 훨씬 경제적 비용이 적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5~6월부터 금리 인상 기조가 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며 최근 2~3주간 국고채 금리도 주요국 국채 금리에 비해 안정됐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지난 7월과 8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p씩 인상해 현재 연 3.00% 수준에서 운용하고 있다. 지난 8월 금융통화위원들이 제시한 6개월 후 기준금리 전망의 중간값은 3.25%로,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향후 물가 흐름에 대해서는 "누적된 비용 압력의 전이가 지속되고 수요 측 압력도 점차 커지면서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물가 상승이 수요보다 국제유가 등 공급 측 요인에 주로 기인했다는 김영환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는 "실제 올해 봄부터 여름까지는 유가 상승으로 인한 비용 전이가 상당히 큰 작용을 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2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26.4% 증가하는 등 소득 여건이 개선되면서 수요 측 물가 압력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근원물가를 사전에 제어하는 것이 앞으로의 물가 목표 달성에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추가 금리 인상의 시기와 속도를 묻는 윤후덕 민주당 의원에게는 "통화정책 운용에 대해서는 경제 상황을 그 시기에 가서 판단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인플레이션의 추이"라고 답했다.
이어 "특별히 강조할 부분은 인플레이션으로 말미암아 가장 피해를 보는 국민은 저소득, 취약계층이라는 점"이라며 물가 상승세를 억제하는 것이 양극화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취약 차주의 부담도 인정했다. 신 총재는 "취약 차주는 저희 통화정책으로 고통을 느낀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정책을 동원해, 특히 정부와 가깝게 공조할 분야"라고 말했다.
추가 인상 기조에 변화가 있는지를 묻는 안도걸 민주당 의원에게는 8월 이후 새로운 경제 지표가 나왔다면서 이달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상세히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 인상이나 빅스텝(0.50%p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신 총재는 "10월 통화정책방향 회의가 곧 임박해 있다"며 "그때 새로운 정보를 가지고 금융시장 참여자들과 국민께 좀 더 상세하게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ETF 대응 미흡 인정…확장재정의 성장·물가 효과 추산
신 총재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대응이 미흡했다며 국민에게 송구하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이 관련 사안에 대해 사과한 점을 거론하며 한은 역시 적절한 경고와 대응에 나서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신 총재는 "저희도 여기에 대해 국민께 송구하다고 말씀드리겠다"며 "지난 5월 말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 당시만 해도 메모리 반도체 부분에 대한 변동성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정부의 확장재정과 한은의 긴축 통화정책이 충돌한다는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는 재정 지출의 성격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년 총지출을 올해보다 93조 원(12.8%) 늘린 820조 9000억 원으로 편성했다. 이 의원은 한은이 고물가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인상한 상황에서 대규모 재정 지출 확대가 물가와 통화량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신 총재는 재정 지출이 단기적으로 총수요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지출의 성격에 따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의 현금성 지원사업과 관련해 "이전지출은 재정 승수가 비교적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재정승수는 정부 지출 증가가 GDP를 얼마나 늘리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신 총재는 "지금 나온 정부 재정안의 국내총생산(GDP) 추가 성장 효과는 0.5%p 정도"라며 "그에 따른 물가 상승률의 추가 상승은 0.06%p로 추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0.06%p 수준의 효과는 물론 있지만, 이게 인플레이션에 추가 상방 압력을 주느냐는 조금 더 평가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정 지출이 단기적으로 수요를 자극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투자라면 반드시 통화정책과 충돌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신 총재는 우리 경제의 GDP 갭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하는 임계치에 가까워졌다는 기존 판단도 재확인했다. GDP 갭은 실제 GDP와 잠재 GDP의 차이로, 플러스일 경우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현재 GDP 갭 수준을 묻는 이 의원의 질의에는 "지금 재추계 중"이라며 "임계치에 가까이 왔다고 보면 된다"고 답했다. 재추계 이전의 GDP 갭은 마이너스였음을 확인하면서도 잠재성장률을 재추계 중인 만큼 구체적인 플러스 전환 시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반도체 호황의 지속 기간에 대해서는 내후년까지라는 시장 전망을 소개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가 얼마나 지속될지 묻자 "시장에서는 최소한 내년과 내후년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재정의 지속 가능성도 강조했다. 신 총재는 "재정 정책은 지속 가능성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이 조화롭게 운용되도록 항상 저희 의견을 내겠다"고 밝혔다.
외환보유액 국제 순위표 삭제와 관련해서는 출입 기자들에게 사전에 설명했다고 답했지만, 한은은 지난 9월 3일 발표한 '2026년 8월 말 외환보유액' 보도자료에서 순위표를 제외하면서 변경 사실이나 배경을 별도로 사전 공지하지 않았다.
신 총재는 순위표가 외환건전성을 측정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소통이 부족했다면서 "그 부분은 앞으로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