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투자금 회수 우려에 日증시 급락..닛케이지수 2.52%↓
소프트뱅크 8%·키옥시아 12% 하락
반도체株 매도 집중…토픽스는 0.46% 내려
엔화 달러당 158엔대…日 장기금리 3.0%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 일본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13일 오전 2.52% 급락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금 회수에 대한 우려와 중국 메모리 업체의 추격이 겹치면서 AI·반도체 관련주에 매도세가 집중됐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고유가 우려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날 닛케이지수는 직전 거래일인 지난 9일보다 2.52%(1738.53p) 떨어진 6만7292.39에 오전장을 마쳤다. 장중 낙폭은 한때 2.75%(1900p)를 넘었다. 소프트뱅크그룹이 8.03%,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 어드반테스트가 5.38% 하락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AI 투자에 대한 반도체 업계 경영진의 발언이 악재로 작용했다.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12일 싱가포르 행사에서 AI 인프라 투자의 과제로 자금 확보와 조달 비용, 투자수익률(ROI)을 꼽았다. 혹 탄 브로드컴 CEO도 자본이 최대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 클라우드 업체들은 데이터센터 건설과 반도체 확보를 위해 회사채 발행 등으로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그러나 채권 발행 증가는 금리를 밀어 올려 기업의 이자 부담을 키울 수 있다. AI 수요가 늘어도 수익 창출이 늦어지면 투자비와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무라마쓰 가즈유키 와캐피털 운용본부장은 "수요가 예상보다 강해 기업들이 투자를 멈추기 어렵지만 투자자들은 투자금 회수 시점이 늦어질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제조장비에 강점을 가진 일본 기업은 투자 확대의 수혜를 받는 쪽이지만 이날은 업종 전반의 매도세에 휩쓸렸다는 분석이다.
메모리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의 추격이 부담을 더했다. 중국 D램 업체 창신메모리(CXMT)가 저장 용량을 높인 신제품 개발에서 진전을 이뤘다는 소식에 공급 증가와 경쟁 심화 우려가 커졌다. 전날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3.88%,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는 2% 넘게 하락했다. 이날 한국 시장에서도 삼성전자가 8% 이상, SK하이닉스가 9% 이상 떨어졌다.
일본 키옥시아홀딩스도 12.42% 급락하며 주식분할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주력 제품이 낸드플래시인 키옥시아는 CXMT의 D램 개발에 직접 영향을 받는 업체는 아니지만 메모리 업종 전반의 매도세를 피하지 못했다.
신용거래 물량도 낙폭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됐다. 키옥시아의 신용 매수 잔액은 8일 기준 8850억엔으로 시장 전체의 약 10%를 차지했고 매수 잔액은 매도 잔액의 23배에 달했다. 차입금을 이용해 주식을 산 투자자들이 악재에 대응해 보유 물량을 처분하면서 하락세가 가팔라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닛케이지수의 급락에도 시장 전체가 일제히 하락한 것은 아니었다.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시장에서 상승 종목은 1066개로 하락 종목 457개의 두 배를 넘었다. 도요타와 유니클로 운영사 패스트리테일링 등이 상승했고 토픽스(TOPIX)는 0.46% 내린 4085.91로 오전 거래를 마쳤다. 닛케이지수에서 비중이 큰 AI·반도체주의 급락이 지수 낙폭을 키운 셈이다.
반도체 관련주 안에서도 실적에 따라 주가가 엇갈렸다. 반도체 제조장비용 서보모터와 로봇 등을 생산하는 야스카와전기는 장중 한때 4.91% 올랐다. 회사는 지난 9일 AI·반도체 분야 수주 호조를 바탕으로 2027년 2월 결산 회계연도 순이익이 전년보다 35% 증가한 475억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중동 불안은 시장의 추가 부담으로 작용했다. 예멘의 친이란 무장조직 후티가 지난 10~11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국제공항을 공격하면서 원유 공급과 물류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물은 간 밤 배럴당 94.36달러로 2주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이날 아시아 거래에서 원유 가격이 차익실현 매물에 하락하면서 외환·채권시장에서는 물가 상승 우려가 다소 완화됐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5.19%대로 내려가자 미·일 금리 차 축소를 예상한 엔화 매수세가 유입됐다. 이날 정오 기준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8.23~158.24엔으로 지난 9일 오후 5시보다 0.10엔 하락했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도 0.01%p 내린 3.000%로 지난달 18일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반도체주의 향방을 가를 다음 변수는 실적이다. 이달 14일에는 네덜란드 ASML, 15일에는 대만 TSMC가 실적을 공개한다. 투자비 회수 우려가 커진 가운데 AI 수요가 실제 수주와 이익 증가로 얼마나 이어지고 있는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