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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우 칼럼] 금융기관 지방이전 신중해야

파이낸셜뉴스

금융은 '집적효과'가 큰 산업
지역균형발전에서 중요한 것은
'균등한 배치' 아닌 '최적의 배치'
금융은 연결성·속도가 곧 경쟁력
분산되면 위기상황 대처 어려워
뉴욕·런던 같은 금융생태계 조성을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초대 금융위원장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초대 금융위원장

지역균형발전은 선택이 아니라 시대적 과제다. 수도권 집중과 지역소멸은 지역 차원의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의 성장 잠재력과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국가적 현안이다. 공공기관 이전을 비롯해 기업과 인력, 기술혁신 투자가 지역으로 확대되도록 과감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균형발전의 당위성이 모든 국가 기능의 획일적 분산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 경영에서 중요한 것은 '균등한 배치'가 아니라 '최적의 배치'다. 지역별 비교우위를 살리면서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적 분업이 균형발전의 원칙이 되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핵심 금융기관의 지방 분산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금융은 '집적효과'가 큰 산업이기 때문이다.

뉴욕과 런던, 홍콩과 싱가포르가 세계적 금융허브가 된 것은 대형 금융회사가 많아서만이 아니다. 은행·증권·보험·자산운용 업계와 함께 법률·회계·컨설팅·정보기술(IT), 시장 인프라와 글로벌 투자자, 전문인력이 밀집해 거대한 금융생태계 형성으로 가능했다. 특히 글로벌 연계가 중요해진 오늘의 개방 체제하에서 금융 경쟁력은 개별 기관보다 생태계 전체에서 나온다.

필자가 국내외 금융정책과 시장의 현장에서 거듭 확인한 것도 금융에서는 연결성과 속도가 곧 경쟁력이고, 위기 상황에서 국가의 대응능력이 된다는 사실이다. 평상시에는 기관 간 물리적 거리가 중요해 보이지 않아도 시장이 흔들리면 사정은 달라진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 등에서 보았듯 금융 불안은 순식간에 시장 전체로 번진다. 인공지능(AI) 디지털 금융의 확산으로 금융거래와 정보 전파 속도가 빨라진 지금은 더더욱 그렇다. 정책당국과 감독기관, 중앙은행, 공공 금융기관과 민간 금융회사 사이의 긴밀한 정보교환과 신속한 의사결정은 금융시스템의 최후 안전판이다. 경제가 몸이라면 금융은 심장과 혈맥이다.

해외 사례도 분명하다. 미국의 수도는 워싱턴이지만 금융의 중심은 뉴욕이다. 미국 12개 지역 연방준비제도(연준) 중에서 압도적인 위상과 비중을 차지하는 뉴욕 연준이 세계 최대 자본시장과 금융기관, 전문인력이 모인 뉴욕에서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국 런던 역시 금융회사뿐 아니라 로펌·회계법인·컨설팅회사와 시장 인프라가 모여있는 금융생태계 자체가 경쟁력의 원천이다.

한국도 서울과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지정해 서울은 국제적 종합금융을, 부산은 해양·파생상품 등 지역의 비교우위를 활용한 특화금융을 발전시키는 전략을 추진해 왔고, 전주는 제3의 금융중심지로 검토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한 단계 더 고도화하는 것이지 어렵게 만든 금융생태계를 쪼개는 일이 아니다. 물론 지역 금융의 개선은 필요하다. 다만 해당 기관의 물리적 이전과 지역경제의 성장동력을 키우는 것은 다른 문제다. 반도체·바이오·방산·에너지·해양·물류 등 지역별 산업기반과 연계한 혁신금융과 벤처투자를 확대하고 지역기업과 미래산업으로 많은 자원을 흐르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더욱이 AI 첨단기술 경쟁시대의 금융은 단순한 서비스산업을 넘어서 국제경쟁력을 좌우하는 동력이다. 한정된 자원을 가장 생산적인 기업과 혁신산업으로 연결하는 성장의 핵심 인프라이며, 위기 때는 경제를 지키는 방파제다. 한국 금융의 전략적 질문도 뉴욕·런던·싱가포르·홍콩과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에 맞춰져야 한다. 최근 서울이 글로벌 국제금융센터(GFCI) 평가에서 세계 7위로, 부산은 22위로 올라선 것은 고무적이다. 20년 전 50위권에서 역대 최고치까지 부상한 모멘텀을 스스로 훼손해선 안 된다.

지역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는 양자택일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의 문제다. 지역에는 비교우위에 맞는 산업과 자본, 기업과 인재가 더 많이 가도록 하고, 국가적으로 집적이 필수적인 핵심 금융역량은 국제경쟁력을 높이도록 더욱 튼실하게 만들어야 한다. 오랫동안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와 해외 평가기관들은 한국의 제조업 대비 취약한 금융산업과 자본시장을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해 왔다.

대한민국이라는 경제권 안에서 지역은 함께 성장하고, 금융은 세계로 뻗어나가야 한다. 진정한 균형발전은 강한 것을 나누어 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강점을 더 강하게 만들어 대한민국 전체의 국익과 경쟁력을 높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폭발적 AI 인프라 투자와 주요국 부채 확대에 따른 글로벌 국채금리 급등으로 새로운 금융위기 경고등이 켜진 지금, 금융당국과 관련 주요 기관들의 지방 이전 논의는 더욱 신중해야 할 시점이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초대 금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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