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쟁에 밀려난 '민생국감'
국정감사(국감)가 2주 차에 접어들었다. 정부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살피고, 국민의 생활을 나아지게 할 해법을 찾아야 할 시간이다. 그러나 국감장에서 더 크게 들리는 것은 여야의 공방이다. 장바구니물가와 대출 이자, 일자리 걱정은 정치적 논쟁 뒤로 밀려나 있다. 여야가 야심 차게 민생국감을 외쳤지만, 결국 정쟁으로 퇴색된 모양새다.
박정희·노무현 전 대통령을 둘러싼 논쟁에 이어 이재명 대통령 부모 묘소까지 여야 공방의 소재가 됐다. 역사와 법적 쟁점을 따지는 일도 필요할 수 있다. 다만 그 논쟁이 국감의 주요 의제를 덮어버리는 것은 다른 문제다. 국감이 정치권의 오랜 갈등을 되풀이하는 데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물론 모든 질의가 정쟁에 치우친 것은 아니다. 민생 현안을 짚고 정책의 허점을 파고든 질의도 있었다. 이런 노력이 여야의 대치와 자극적인 발언에 가려지는 것이 아쉽다. 좋은 질의가 얼마나 제도 개선으로 이어졌는지보다 누가 상대를 더 거세게 몰아세웠는지가 주목받는 국감이라면 본래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여당은 정부를 뒷받침하는 역할과 국회의 검증 책임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증인 채택을 둘러싸고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의문에는 충분히 답할 길을 열어둬야 한다. 증인 채택기준은 여권에 부담이 되느냐가 아니라 검증 필요성이어야 한다.
야당 역시 비판 방식과 목적을 돌아봐야 한다. 고성과 거친 표현, 극단적인 주장은 오히려 쟁점을 흐린다. 정부 설명이 부족하다면 자료와 근거로 따지고, 잘못된 정책에는 보완을 요구해야 한다. 국민이 기대하는 견제는 국감을 멈춰 세우는 대치보다 정책의 잘못을 바로잡는 질의다.
국감장 밖에서 국민은 여전히 생활비와 이자 부담을 걱정한다. 거시경제 지표 개선이 곧바로 체감경기 회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증시 급등락에 불안해하는 투자자도, 매출을 걱정하는 자영업자도 있다. 국회는 이런 어려움이 왜 이어지고, 정부 대책이 어디에서 막히는지 묻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 생활비 대책이 현장에서 작동하는지, 청년 일자리 지원은 도움이 되는지 물어야 한다.
정책을 놓고 여야가 치열하게 다투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서로 다른 해법을 비교하고 정부의 책임을 분명히 하는 논쟁은 필요하다. 다만 그 끝에는 국민의 삶이 얼마나 나아질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한다. 국감의 성과는 여야의 정치적 승패보다 국민의 일상에 남길 변화로 평가받아야 한다. 정쟁에 밀려난 민생을 다시 국감의 중심에 놓을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