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사설] LH 사장의 무책임한 집값 급락 주장

파이낸셜뉴스

서울 아파트값 87주째 상승하는 중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 신뢰 잃을 것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1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주택시장이 안정될 테니 지금 당장 집을 사지 않아도 손해 보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앞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더 줄여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는데, 이번에는 집값 급락 가능성까지 거론한 것이다. 치솟는 집값에 무주택자의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주택 공급을 책임지는 공공기관장의 발언으로 적절한지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부동산 시장은 서울 일부 지역에서 조정 움직임이 있긴 하나, 전반적으로 급락 징조와는 거리가 멀다. 서울 아파트값은 한국부동산원 집계 기준 87주 연속 상승하며 역대 최장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전셋값도 계속 오르면서 무주택 서민들 속은 하루하루 타들어간다. 대출규제로 내 집 마련 문턱은 높아졌고,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는 끊이지 않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집값이 급락할 것이니 기다리라는 말을 누가 선뜻 믿겠는가.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8월 말 소셜미디어에 주택 가격 폭락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에 대비한 공공주택 대량 매입 시스템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는 글을 올렸다. 물론 집값이 언제까지나 오를 수는 없는 일이긴 하다. 금리와 경기 여건에 따라 가격이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시장 안정과 가격 급락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대통령에 이어 주택 공급의 핵심 책임자까지 현실과 동떨어진 집값 폭락 가능성을 강조하면 정책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더욱이 급락 가능성에 대한 근거는 제대로 내놓지도 못했다. 이 사장은 공급 확대와 금리 상승을 근거로 들었지만 이런 요인만으로 급락을 장담할 수 있나. 부동산 시세는 금리뿐 아니라 지역별 수급 불균형 등 여러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 공공기관장이 충분한 분석도 없이 급락 운운하는 것은 그 자체로 무책임하다.

정작 LH의 공급 실적은 초라하다. 올해 건설형 공공주택 착공 목표는 5만1783가구다. 10월 2일 기준 겨우 1만3293가구를 채웠을 뿐이다. 목표 대비 25.7%에 불과하다. 착공 후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기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매입임대주택 공급 실적도 부진하다. 지난 8월 말 매입 실적은 2539호로 연간 목표의 13.8%에 그쳤다. 필요한 집을 제때 공급하는 것이야말로 LH의 본업 아닌가.

LH의 재무 건전성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재정경제부의 중장기재무관리계획상 LH 부채는 올해 197조원에서 2030년 372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재무구조를 해결하지 못하면 사업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

주택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려면 낙관적인 전망도, 섣부른 폭락 예고도 삼가야 한다. 국민이 믿을 수 있는 공급 계획과 추진력, 차질 없는 실행 결과가 확인돼야 시장은 안정을 찾을 수 있다. 무주택자의 불안을 덜어주겠다며 집값 하락 가능성을 강조하기보다 주택 공급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정부와 LH는 공급 실적과 실행 가능한 대책에 집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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