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 허용한다더니" 법인 가상자산 투자 표류…국감서도 뒷전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하반기 허용하겠다고 예고한 상장사 등의 가상자산 투자가 1년 가까이 지연되고 있지만, 국정감사에서도 이행 상황에 대한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과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등 굵직한 현안에 밀려 금융당국이 이미 발표한 정책의 이행 여부는 뒷전으로 밀렸다는 것이다. 특히 법인투자 허용은 국회 입법이 필요한 기본법과 달리 금융당국의 후속 조치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지연 사유와 시행 일정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8일 금융위를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가상자산 분야에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과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등이 다뤄졌다. 다만 업계·법조계에선 이미 발표된 법인투자 허용 계획의 추진 상황을 충분히 짚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은 국회 입법이 필요하지만, 법인투자는 당국이 의지만 있으면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지연 사유와 추진 계획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지난해 2월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로드맵'을 발표했다. 같은 해 상반기 비영리법인과 가상자산거래소의 매도를 먼저 허용하고, 하반기 금융사를 제외한 상장사·전문투자자 약 3500곳의 가상자산 매매를 허용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도 상장사·전문투자자에 대한 후속 가이드라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로드맵에서 기본법과 외환·세제 등 제도 정비 이후 참여를 검토하려던 대상은 '일반 법인'이었다. '상장사·전문투자법인'은 먼저 시범 허용하기로 했던 만큼, 기본법 논의와 별도로 이행 상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법인투자 허용은 개인투자자 중심의 한국 시장에 기업들이 진입하기 위한 핵심 관문이다. 해외는 스트래티지(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처럼 가상자산을 주요 재무 자산으로 보유하는 '디지털자산 재무전략(DAT)' 기업이 등장했다. 블랙록 등 자산운용사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로드맵 발표 당시 금융위도 "법인의 시장 참여는 스테이블코인 규율,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 검토 등 글로벌 논의를 따라가기 위한 최소한의 선결 과제"라고 밝힌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주요국들이 법인 투자를 폭넓게 수용해 가상자산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반면 국내는 실행 단계에서 멈춰 고립이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주 금융위 국감에선 기본법 입법 지연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국·유럽이 디지털자산 시장의 표준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는 반면, 한국은 기본적인 규제 체계조차 내놓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미 내용을 준비해 놓았고 막바지 협의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각 투자 장외거래소 인가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도 다뤄졌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샌드박스에서 사업을 검증한 스타트업이 탈락하고 대형 사업자가 선정된 문제를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기존의 큰 사업자들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도 스타트업에 불리하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기본법과 과세 논의가 맞물리며 법인투자 허용도 함께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기본법 제정 이후 과세가 이뤄져야 한다는 논의가 나온다"며 "법인투자 허용이 기본법 제정과 직접 연결된 사안은 아니지만, 제도 정비에 맞춰 기본법 제정 이후 추진하려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정무위는 오는 19일 금융감독원 국감에 이어 22일 금융위·금감원 등을 대상으로 종합감사를 진행한다. 업계에선 남은 국감에서 법인투자 가이드라인의 준비 상황과 시행 일정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 위주인 국내 시장은 풍문이나 급격한 가격변동성에 취약하다"며 "많은 정보와 정교한 투자기법을 가진 전문투자법인이 참여해야 안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국에 대한 신뢰성 차원에서라도 답을 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